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설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달라졌다.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에서는 눈물로 과거사를 소환하며 절규하듯 지지를 호소했고, 민주당 내부를 향해서는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서는 "없는 죄"도 만들 사람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설 연휴를 앞두고도 여전히 답보 중인 지지율 반등을 위해 강수를 꺼내든 셈이다.
정치적 고향찾은 李…눈물로 과거사 꺼내며 지지 호소
이 후보는 24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경기도를 순회했다.
경기도는 지난해까지 도지사를 지낸 곳이자, 어린 시절 성장했고 시장으로 두 차례나 선출돼 제2의 고향으로 불리는 성남시가 위치한 곳이다.
과감한 행보는 첫 일정부터 시작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 공약 발표를 위해 찾은 용인의 포인아트홀에서 예정에 없던 큰 절을 국민들께 올렸다.
"마침 신년이고 세배를 겸한다"고 설명했지만 그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민주당의 모습을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의미가 훨씬 깊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중 눈물을 닦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이 후보의 이날 큰 절은 두 달 전 큰 절과 닮아있다.
이 후보는 당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자신의 지지율을 크게 상회하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180석 거대 여당의 움직임이 혁신적이지 못했다며 국민들께 사과한 바 있다.
과거 자신이 살았던 지역으로 고향과도 같은 성남 상대원시장 연설에서는 더욱 과감하게 감정호소에 나섰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이사 온 날의 풍경, 지독한 가난으로 힘겨웠던 생활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고민, 성남시장이 된 이후에도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해 가족들을 돕지 못했던 일 등을 회상하며 말 그대로 펑펑 울었다.
특히 인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형에 대한 욕설 사건에 대해서는 거듭 "잘못했다.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좀 헤집어 달라"고 부탁하면서도 "폭언한 것을 비난하더라도 최소한 형제들이 시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공정하게 시정을 하려고 노력한 점을 살펴봐 달라"며 할 말을 다했다.
與 향해선 '인적쇄신', 野 향해선 '검찰통치'…수위 높아진 李의 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발언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화합을 위해 그간 당내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이 후보는 인적쇄신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을 긴장시켰다.
'86세대 용퇴론' 등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특정 정치인 분들의 진퇴에 관한 문제를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미 '변화'를 강조한 만큼, 사실상 당내 인적쇄신 논의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향한 발언은 더욱 거칠다.
22일 유세에서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갈 것 같다"며 마치 윤 후보가 당선되면 무서운 검찰 통치국가가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당 이규민 전 의원에 대한 발언도 수위 논란이 불거졌다.
"제가 보기에는 말 같지 않은 이유로 직을 박탈당했다"고 했는데, 자칫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사이다'로 돌아온 李…새로운 반전 모멘텀 될까
이같은 이 후보의 변신에 당내에서는 '사이다' 또는 '공격수'로 다시 귀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연초 지지율 1위 국면이 이어지면서 이를 굳히기 위해 NFT(대체불가능 토큰) 등 신기술을 포함한 디지털대전환과, 이른바 '이재노믹스'로 불리는 신경제를 통해 국가 경제를 다시 살릴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는데 예상 외로 효과가 낮았다.
다양한 공약 발표와 함께 윤 후보의 경험과 이해력 부족 등을 공략해 이 후보의 경쟁력을 강조하려 한 전략인 셈인데, 후보들의 개인사와 관련한 논란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이다' 변신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본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후보자 경선 당시 연설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당시에도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해 '1위 후보'다운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최대 경쟁자이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해 공세를 취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자 발 빠르게 공격으로 전략을 전환해 결선 없이 경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여기에 대선 후보 본인 또는 가족의 개인사와 관련한 논란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러한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높아진 것도 이 후보의 '눈물' 연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태세 전환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와 이슈 전환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내용을 톤만 바꿔 수위만 높인 것이라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모두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의 과거사도, 인적쇄신론도, 윤 후보에 대한 무능 프레임도 모두 기존에 없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화제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이 원하시는 변화에 발맞춘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만큼 새로운 어느 정도 새로운 기대감을 이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