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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각에 미칠 것 같아" 전주시 신규 공무원의 유언

전북

    "업무 생각에 미칠 것 같아" 전주시 신규 공무원의 유언

    임용 한달 전주시청 9급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
    유서에 '24시간 내내 업무 생각…못 버티겠다'
    친구에 "저녁 11시 31분 퇴근, 주말 역학조사"

    전주시청 9급 공무원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유족 측 제공전주시청 9급 공무원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유족 측 제공평일 저녁 11시 31분 퇴근, 주말 역학조사 배치….

    전북 전주시청 20대 신규 공무원이 이러한 근무 환경에서 고된 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임용 한 달, 야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말 방역 업무까지 짊어져야 했던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16일 경찰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청 9급 공무원 A씨(27·여)는 15일 오전 7시 30분쯤 전주시 덕진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A씨의 휴대전화 안에서 메모장에 적힌 유서를 발견했다.

    '엄마 아빠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시작한 유서에는 '나 진짜 못 버티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서에는 '24시간 내내 하루 종일 업무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다. 귀에서 이명도 계속 들리고 속도 쓰리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공무원 됐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고 했다.

    올해 1월 전주시청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첫 출근을 한 지 불과 1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A씨 유족은 CBS노컷뉴스와 전화에서 "평소 고인의 출퇴근을 가족이 도와줄 정도로 야근이 잦았고 격무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유족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A씨는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격무를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A씨는 친구에게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계속 터진다"며 "담당자가 다른 두 가지 사업의 (예산 관련)일을 내가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가 "신입한테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이렇게 일을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A씨는 "설날 연휴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을 배송도 한다. 나라가 나서서 노예를 만든다"고 하소연했다.

    전주시청 9급 공무원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유족 측 제공전주시청 9급 공무원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유족 측 제공
    오후 11시 31분, "나 지금 퇴근한다"는 A씨는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대목도 나온다.

    "다들 퇴근하고 나만 남을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옆 팀 직원이 도와줬다. 주말 역학 조사로 인해 일주일 계속 일하게 됐다. 다음 주 처리할 게 있어서 월요일 연가도 못 낼 것 같다."

    A씨 유족은 "유서와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만 보더라도 충분히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숨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전주시 관계자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 등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평소 A씨가 힘든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A씨의 업무가 힘든 점이 있었는지 등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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