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오는 등 부동산 시장에 역대급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하락세를 보이는 지역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수차례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는 단지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나오는 등 양극화가 격화되고 있다.
압구정동·도곡동·목동에선 신고가 vs 서울 아파트값 4주 연속 하락세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차(전용면적 196.21㎡)는 80억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 같은 평형 직전 거래가(64억원)보다 16억원 높은 가격이다. 해당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집을 매수한 뒤 전세를 주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매매가격 역시 15억을 초과해 현금거래만 가능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해당 아파트(164㎡)는 지난달 27일 42억(42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7월 41억(44층) 기록을 깬 것이다. 도곡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아니지만 현금거래만 가능하다.
박종민 기자비강남권에서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106㎡)는 지난달 25일 27억 2천만 원(9층)에 계약돼 직전 최고가(8층) 대비 3억 3천만 원 올랐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115.47㎡) 역시 지난달 13일 이전 신고가(23층)보다 1억 4천만 원 오른 25억 9천만 원에 거래됐다.
반면 서울 전체 집값은 4주 연속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2주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2% 내리면서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0.01%)도 20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고, 강북의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용산구도 일주일 전보다 0.01% 내렸다.
미분양 속출 속 '역세권·전매가능' 오피스텔은 최고경쟁률 899.75 대 1
청약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청약경쟁률과 당첨가점커트라인이 낮아지는 분위기지만 인기 단지에는 여전히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에 공급되는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단지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청약 결과 오피스텔 96실 모집에 총 1만2174건이 접수됐다. 평균 126.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서울 거주자 우선으로 4실을 모집한 40㎡OA형에는 3599명이 신청해 899.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 직후 전매가 가능하고 도보권에 2호선 용두역과 제기동역, 청량리역이 있는 등 교통여건이 우수한 점 등이 청약자들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에 공급되는 '더샵 송도아크베이'도 지난달 청약 결과 486가구 모집에 2만2848명의 청약 통장을 던지며 평균 경쟁률 47.01대 1을 기록했다. 98㎡형은 211.10대 1로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2월 모집 공고를 내면서 강화된 DSR 대출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가가 9억원(84㎡ 기준) 이하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연합뉴스반면 전반적인 청약 시장은 식어가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민영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2020년 27.6대 1에서 지난해 19.4대 1로 낮아졌다. 아파트(84㎡) 당첨 최저가점 평균도 지난해 3분기에는 △전국 34점 △서울 70점 △인천 42점 △경기 31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전국 31점 △서울 58점 △인천 24점 △경기 28점으로 낮아졌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단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지방에서 공급된 439개 단지 중 117개 단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달 분양된 23개 단지에서도 8곳이 미달이었다. 경북 경주 건천읍 일대에 들어서 549세대 규모의 한 단지는 345세대 특별공급 청약에 단 1명만 지원했다.
뜨거웠던 송도도 n차 줍줍 vs '3.5억 로또' 세종 줍줍은 3511대 1
'줍줍'으로 불리며 청약자들을 모으던 무순위 청약(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 방식)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일부 단지는 무순위 청약을 반복해도 미분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시세차익이 보장된 단지는 수만 개의 청약통장이 몰리기도 한다.
지난 15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됐던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59㎡)에는 20가구 모집에 총 7만227명이 몰리면서 평균 35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타지역은 전국 5만9680명이 신청해 702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역대 세종시 청약경쟁률 중 최고치다. 해당 단지는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된 곳으로 8년 전 확정했던 분양가 1억원 대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당첨시 시세차익이 3억원 이상이다. 실거주 의무도 없어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청약. 연합뉴스반면 무순위 청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n차 줍줍'을 진행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관련 규칙을 개정해 무순위는 해당지역 거주와 무주택자 등의 자격을 갖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에서는 '에비뉴 청계Ⅰ'가 지난 8일까지 6번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에비뉴 청계Ⅱ'도 3번의 무순위 모집공고를 냈다. '브이티스타일'과 '신림스카이아파트'도 작년 첫 모집공고 이후 이달 초까지 각각 5번의 무순위 청약을 시도했다.
이런 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집값 상승세 둔화와 개인별 대출 규제 강화, 금리인상까지 이어지면서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이 줄고 있다"며 "특히 대선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간헐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상승과 하락이 공존하는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청약시장 역시 입지나 분양가에 따른 온도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년처럼 대부분의 분양시장이 호황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인기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별로 초양극화 장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