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향후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인 지 12일째를 맞았다. 이날까지 CJ대한통운이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노조는 진경호 위원장이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조의 최후 카드인 셈이지만, 출구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는 지난 18일 긴급 공지를 통해 "진경호 위원장이 전국택배노동자대회가 열리는 21일 대회 직후부터 물과 소금을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지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택배노동자는 50일이 넘는 파업으로 심각한 생계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이점을 노리고 파업 참가자들이 제풀에 쓰러지길 기다리며 노조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경호 위원장의 '아사단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인 지난 2019년 당시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이던 진경호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택배 분류작업을 떠넘기며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단식에 돌입했다.
3월 20일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진 위원장은 28일부터 아사단식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사단식 하루 전인 27일 우체국물류지원단이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인 위탁물량 보존 등 4개 쟁점 사항에 합의하면서 파업이 종결됐다.
3년만에 다시 꺼내든 아사단식 카드, 출구전략 될까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향후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택배노조는 진경호 위원장의 아사단식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파업이 점거 농성으로까지 이어졌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따른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원청인 CJ와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대화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택배업계 특성상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점거농성이 발생하기 직전인 9일까지 대리점연합회는 노조와 물밑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 원청이 교섭에 나설 경우 하도급법 위반 소지도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합의 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노조의 파업도 명분을 잃었다.
노조의 점거농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CJ대한통운은 "매일 1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노마스크 상태에서 집단생활과 음주, 흡연, 윷놀이 등 여가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회사는 "노조의 이같은 행위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력화시키는 반사회적 행위이자 국민 건강에 대한 집단폭력"이라며 보건당국에 자가진단검사 등 강력한 행정지도를 요청했다.
한편 노조는 대한통운에 이어 총리와 국회가 파업 사태를 해결하라며 정치권 압박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지난 17일 서울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해 "CJ대한통운이 노조의 파업을 명분 없는 파업으로 규정하고 일제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국무총리가 현재 파업사태와 사회적합의 불이행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 국회가 택배요금 인상문제와 사회적합의 이행 점검을 실시하라며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의 전방위적인 대화 촉구 카드가 모두 실패할 경우, 파업 농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경찰은 "상호 대화를 통해 조기 해결하도록 노력하면서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21일 CJ대한통운 본사의 대화를 촉구하는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