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대선 보도특집 - 우리의 내일>
■ 채널 : 표준 FM 98.1 (06:00~07:0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정치부 김광일 기자
◇ 김덕기> 정치부 김광일 기자와 짚어봅니다. 아슬아슬한 결과였는데.. 김광일 기자는 예상했나요?
◆ 김광일> 저는 대충 예상 했습니다. (웃음)
◇ 김덕기> 낙선자 반응부터 살펴볼까요. 이재명 후보가 아슬아슬하게 낙선했는데, 일찍 승복을 했어요.
◆ 김광일> 성남 자택에 내내 있다가 새벽 3시 47분 여의도 당사 도착했어요.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서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 드린다" 이렇게 밝히고 떠났습니다. 직접 한 번 들어보실까요.
★ 이재명>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닙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김덕기> 아슬아슬했습니다. 여지가 남았다고 봤을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승복을 했을까요?
◆ 김광일> 반대로 아슬아슬했기 때문에, 비등비등했기 때문에 먼저 나섰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지자들이 결과에 수긍하지 않으면 국가적인 혼란, 분열이 깊어질 수가 있거든요. 때문에 선제적으로 인정하고, 선거의 책임을 떠안으면서 상황을 수습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덕기>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당락은 어디서 갈렸다고 봐야 할까요?
◆ 김광일> 워낙 한 끗 차이였어서 분석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재명 후보가 선거 막판에 약진하긴 했지만 결국 정권 교체 여론을 넘지 못하고 석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보면 '정권교체' 여론이 48.7%가 나왔거든요. '정권 연장' 35.0%보다 훨씬 높았어요.
◇ 김덕기> 정권교체 여론은 선거 시작할 때부터 줄곧 계속 높았었죠?
◆ 김광일> 그렇습니다. 이게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어려웠던 게 집권여당 후보가 이런 정권 교체 여론, '회고적 투표' 성향을 딛고 일어나려면 기본적으로 현 정부랑 차별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정권 말인데 40% 안팎을 유지하던 상황이었어요. 그 구조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김덕기> 그래서 이재명 후보가 계속 인물론 내세웠던 것 아니에요?
◆ 김광일> 그런데요. 이게 대장동 사건에 물려버렸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말씀드린 딜레마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기, 인물론, 경제 대통령 같은 이미지를 내세웠던 건데요. 대장동, 화천대유 이슈가 지난해 9월에 튀어나왔거든요. 이재명 후보가 여기에 대응하느라 본인의 강점을 충분히 보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여기서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어떤 '스모킹 건'이 아직까지는 나오진 않았고, 그래서 이렇게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쨌든 대장동 의혹이 여론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그 이후부터 "윤석열은 위험하다" "윤석열은 도덕적이지 못하다" 이런 프레임이 먹히지 않게 됐습니다. 피장파장, 쌤쌤… 이렇게 돼버린 거죠. 그래서 기존의 '정권교체론' 바람으로 당락이 결정된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덕기> 윤석열 당선인이 잘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 김광일>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는데 이렇게 비등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잘 했다고만 볼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는 성공했어요. 끝으로 갈수록 변수를 다 줄였거든요. 선거 초반엔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이런 실언이 많았었는데 이게 점차 줄었습니다. 미리 짜 놓은 원고를 읽거나 심지어는 아예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기도 했는데요. 우리 CBS 인터뷰도 한번도 응하지 않았죠. 유감입니다만, 결과적으로 그런 전략이 먹혔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김덕기> 본인이나 가족 비위 의혹 등등 여러 논란도 많이 있었잖아요?
◆ 김광일> '본부장 비리'라고 해서 민주당이 이름 지었던 본인·부인·장모 비위 의혹이 있었죠.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이런 게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흐려졌습니다. 손바닥 왕(王)짜 논란, 건진법사, 신천지 연루 의혹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겠지만 대장동 의혹이나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다른 논란이랑 상쇄가 된 모습입니다.
◇ 김덕기> 변곡점은 언제였을까?
◆ 김광일> 여론조사에서 가장 휘청했던 때가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졌을 시기였습니다. 모두가 배수진을 치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고 윤 당선인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수습을 해냈습니다.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를 배척하는 상황에 딱 나타나서 포용했던 게 결정적이었고요. "후보는 연기나 하라"라고 했던 김종인 위원장 내쳤던 것도 당시엔 적신호로 평가됐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본인이 선대본의 주도권 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 김덕기> 막판 단일화도 도움됐겠죠?
◆ 김광일> 사실상 끝내기 홈런은 야권 단일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이슈를 먼저 띄우고 다시 먼저 철회하면서 주도권 잡았고 쉽사리 풀리지 않는 듯했으나 사전투표 직전에 극적으로 담판에 성공했죠. 민주당 말처럼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이 정치개혁 프레임을 내세우고, 다른 후보들이랑 손잡아서 '반윤연대'에 가두려 했으나 여기에 끌려가지 않았던 전략도 유효타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덕기> 젊은층 표심은 어땠나요?
◆ 김광일> 일단 2030 남성 표심도 윤석열 후보 쪽에 무기가 된 건 맞죠. 젊은층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생각이 대체로 고르거든요. 나이·지역·학력에 따른 편차가 비교적 작습니다. 그리고 그 비슷한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리를 크게 내면서 여론을 주도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들을 정치권에서 대변했던 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고요. 윤석열 당선인도 청년보좌역들을 등용하면서 젊은층 표심을 흡수해냈습니다.
◇ 김덕기> 출구조사 보니까 2030 여성들의 지지는 좀 낮던데요?
◆ 김광일> 맞습니다. 2030 남성 표심에 구애하려고 여가부 폐지, 무고죄 강화 카드 내밀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이렇게 밝혔던 전략의 반작용도 적지 않았다는 게 증명이 됐죠. 이재명 후보에 반감을 갖고 있던 여성 표심이 막판에 결집이 됐습니다. 이거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소신투표하거나 기권하려던 여성 표심 일부가 이재명 후보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현 씨, N번방 사건 파헤친 추적단불꽃 박지현 씨가 민주당 선대위 합류한 게 적잖은 계기가 됐고요.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런 분위기 만들려고 커뮤니티에 상당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 김광일> 다만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이나 '형수 욕설' 논란 때문에 확장에 한계가 있던 것도 현실입니다. 그리고 같은 세대여도 여성은 혼인이나 출산 여부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가 다른데, 대표적으로 '페미니즘', '젠더이슈'만 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거나 외려 반감을 갖는 이들도 있거든요. 때문에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젊은층 여성 표심을 다 가져오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덕기> 지지층 결집은 충분히 이뤄졌습니까?
◆ 김광일> 방송3사 출구조사 응답자 49%가 "후보 만족스럽지 않지만 투표했다" 이렇게 응답했다. PK, TK 지지율. 이재명도 호남 압도적 지지율 보면 민주당 쪽도 결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덕기> 여러 요인들을 잘 정리해줬는데 핵심은 정권교체 여론이겠죠?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김광일> 그렇죠. 핵심은 정권교체 여론에 있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너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서민 살림은 팍팍해졌고요. 정부여당이 부동산, 경제 최저임금, 대북정책 같은 것들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거죠. 조국 사태 거치면서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남았다는 것도 타격이 돼서 이런 것들이 양 후보의 당락을 한 끗 차이로 가른 요인이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 차지한 게 대선에는 독이 됐고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심판했음에도 국민의 분노는 충분히 달래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수야권 지지층에서 검사 윤석열을,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야권 대표로 내세운 전략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김덕기> 당선인 앞으로의 과제는?
◆ 김광일> 뭐니 뭐니 해도 국민통합이겠죠.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혹은 절반 조금 넘는 국민은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부담을 좀 갖고 상대 진영을 설득하면서 같이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80석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고요. 총리 인준부터 부딪힐 텐데, 윤 후보 본인도 직접 말씀하셨던 '협치'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