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이한형 기자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편의를 봐주고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첫 재판이 17일 열린다.
검찰은 두 번의 시도 끝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알선수재,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첫 영장 청구 당시 알선수재죄만 적용했다가 "구속 사유 등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에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더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주된 혐의인 알선수재 성립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검찰은 특경법상 알선수재와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개의 죄에 해당) 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화천대유 편의 봐줬다 vs 하나은행 간부 특정 못 했다
이한형 기자곽 전 의원의 뇌물 의혹은 그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으로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전해지면서 불이 붙었다.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지난해 3월 퇴사한 병채씨의 경우 퇴직금은 통상 2500만원 가량인데 그 200배에 이르는 액수를 챙겼다. 이에 더해 병채씨가 산재 신청을 한 적도 없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던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화천대유가 병채씨를 통로로 곽 전 의원에게 로비를 했고 사업상 편의를 봤다는 의혹에 힘이 실렸다.
(관련 기사: "산재로 50억? 곽상도 아들은 조기축구 MVP였다"[한판승부])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넘기게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건설사가 하나은행에 더 큰 수익을 보장하면서 경쟁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상황에서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컨소시엄에 남도록 설득해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병채씨가 퇴직금 50억(실수령액 약 25억원)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한 녹음 파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만배씨에게 "곽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이니 정치자금법 때문에 직접 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들에게 배당으로 주는 게 낫다"고 말한 녹음파일 등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곽 전 의원 측은 "검찰은 하나은행 간부가 누구인지 특정도 않고, 피의자가 어떠한 청탁을 하고, 무슨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가 없음에도 영장청구서에 거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하여 피의자를 구속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변호사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檢, 두 번 만에 구속…곽상도 "홀가분하게 무죄 투쟁" 尹 "편파수사 황당"
이한형 기자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소명 부족'을 이유로 첫 번째 영장 청구를 기각 당한 뒤 다수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곽 전 의원에 대한 혐의를 더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7년 대장동에서 매장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에 질의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도왔다고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 당시 곽 전 의원은 문화재청을 감독하는 국회 교문위 소속이었다.
아울러 곽 전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시절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남욱 변호사 부부,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총 2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밝혀지면서 알선수재와 뇌물수수 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일명 '대장동 5인방'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같은 보강수사 끝에 지난달 4일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곽 전 의원은 구속 후 열흘 넘게 검찰 조사에 불응하다 지난달 12일 서울구치소에서 강제 구인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고 충분한 조사를 받았으므로 검찰에서 더 이상 진술할 이야기가 없다"며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 "이제 대선이 끝나 정권 교체도 된 이상 홀가분하게 법정에서 무죄 투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도 지난달 4일 곽 전 의원이 구속되던 날 제주도를 찾은 자리에서 "곽 전 의원에 대한 사법 처리를 넘어 저 대장동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수익을 도대체 누가 쓰고 어디에 있는지 추적을 하지 않고 이 정부가 뭉개고 앉아있는 편파적이고 상상하기 어려운 수사당국의 행태가 황당할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곽 전 의원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향후 공판 계획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