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당선인. 황진환 기자·연합뉴스치열하게 맞붙었던 대선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국민 통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통합의 시간"이라고 조언했고, 윤 당선인도 "많이 가르쳐 달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통합과 협치'의 기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서로가 통합을 외쳤지만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직전에 무산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이른바 '통합의 동상이몽'이 확인된 것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은 정권이 교체됐다 할지라도 국정 운영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즉, 정부 정책에 있어 좋은 것은 계승한다는 의미이다.
일례로 여성가족부의 존폐 여부의 경우에 문 대통령이 대선 전날까지도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만큼, 청와대에서는 어느 정도 상호 의논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여가부 폐지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청와대 내에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당시 한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를 바로 밀어붙이는 것은 통합과 협치의 자세는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민정수석실 폐지, 청와대 이전 계획 등 새정부의 주요 과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과오를 싸잡아 비판한 것도 청와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은 소임을 다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황진환 기자·연합뉴스
이처럼 정책에 있어서 감정 골이 깊어지는 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이슈로 양측 동상이몽이 극대화됐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국민통합과 연결지어 일종의 여론 몰이를 했다. 문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청와대를 압박한 것. 뿐만 아니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동반 사면을 꺼내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청와대는 강경한 분위기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임기는 5월9일까지이며,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 통합의 외침이 무색하게 신구 정부의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어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인수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면 여러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 하기에 통합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통합과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진정성도 중요하다"며 "윤 당선인 측에서 다소 거칠게 메시지가 나가면서 양측 감정이 쌓이는 것 같다"며 세심한 물밑 조율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