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전경. 박종민 기자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 원이 의결됨에 따라 국방부 청사의 대통령실 마련 작업도 곧 진행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르면 7일 이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 준비에 착수한다.
이와는 별도로 윤석열 당선인이 일대를 공원으로 만드는 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 동쪽에 닿아 있는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반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의 대원칙하에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이를 빠르게 돌려받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또 협상 과정에서 미군이 떠나는 부지의 환경정화 비용을 누가 낼지도 정해야 하는데 세부 사항이 모두 안갯속이다.
정부 "올 상반기까지 상당한 규모 추가 반환"…미군 "사우스포스트 대부분 비워, 반환 준비 됐다"
지난 2월 25일 정부는 미군기지 반환 합의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상당한 규모를 추가로 반환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시엔 대통령실 이전 계획이 전혀 없었을 때다.
현재 국방부 청사는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바로 서쪽에 있다. 사우스포스트는 미군 드래곤힐 호텔과 서포트 센터, 숙소와 스포츠 시설 등이 있던 곳으로 여기부터 반환이 추진되고 있다.
사우스포스트는 북쪽 메인포스트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고 이는 전쟁기념관과 맞닿아 있다. 과거엔 구름다리로 차량도 다녔지만, 지금은 도보 통행만 가능하다. 다만 당시에 있던 방호 시설 부지와 함께 드래곤힐 호텔이 위치해 있다. "현재는 방호 시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상당한 규모를 추가로 반환받기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구역 가운데 어떤 부분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반환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이전 계획이 추진된다면 대통령실은 미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된다. 다만 주한미군 관계자는 "사우스포스트 대부분 지역을 비워 놨고, 반환할 준비는 됐다"며 "양국 협의에 따라 반환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공원 구상대로라면 넓은 공간 필요…드래곤힐 호텔과 미군 업무공간 등이 문제
서울 용산공원 전시공간에 국방부와 용산 미군기지 부지 일대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윤 당선인 구상은 대통령실 일대를 시민들이 주말에 편히 놀러올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만 경호 관련 부대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위치한다는 특성상 지금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출퇴근을 하기보단 근처에 관저를 새로 짓는 쪽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따라서 실제로 이런 구상을 진행하려면 사우스포스트 반환이 필요한데 복잡한 문제가 있다.
우선, 미군은 드래곤힐 호텔이 현 위치에 계속 남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군기지 내에 있다는 특성상 경호나 경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 고위 인사가 방한할 때는 도청 등을 막기 위해 민간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더 쉬운 방법은 드래곤힐 호텔에 묵는 쪽이다. 물론 사우스포스트를 반환하면 미군기지 안에 있지는 않게 되지만, 그 대신 경비가 삼엄한 대통령실 옆에 위치하게 된다. 미국 입장에선 서울에 그런 호텔이 하나쯤 남기를 바라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서울 용산공원 전시공간에 국방부와 용산 미군기지 부지 일대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성창현 용산구청장은 지난해 여름 "공원은 공원다워야 한다. 용산공원 내 미군 잔류 시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미군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입지를 갖춘 곳을 대체 부지로 제안했다. 용산구 내는 아니다"고 언론에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선, 드래곤힐 호텔도 현대사를 상징하는 문화재 가운데 하나라며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곧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구청장이 바뀌거나 할 수도 있다.
메인포스트에 위치한 한미연합사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한 뒤에도 실무를 맡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일하는 공간이 사우스포스트 쪽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은 쓰지 않는 서포트 센터 쪽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물론 정해진 것은 없다. 서포트 센터가 아닌 메인포스트 내 다른 건물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
환경정화 비용과 시간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
주한미군 용산기지 부지 다음달 말께 반환 전망. 연합뉴스가장 큰 문제는 환경정화와 그 비용 문제다. 시간도 적잖게 걸린다.
정부는 미군기지를 돌려받으면서 그 동안 일단 우리 쪽이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차후 이를 누가 부담할지 협의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반환 발표 때도 정부는 "반환된 기지는 국민 편익과 건강 보호를 위해 정부가 우선 오염 정화를 하고, 다만 정화 책임과 비용 등은 한미간 협의를 계속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국방부에서 정화 완료한 미군기지는 17개로, 정화 비용은 2156억 5천만원이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는 여태까지 들어간 비용만을 의미하며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는 모른다.
실제로 과거 반환됐던 미군기지들에선 예외 없이 유류와 중금속 등 오염이 확인됐다. 문제는 미군이 여기에 대해 비용을 부담하길 거부한다는 점이다.
미국 측은 협의 과정에서 자국의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 기준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정부 입장은 다르다. 오염이 KISE에 해당한다는 쪽이다. 때문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따라 KISE에 해당하는 오염에 대해 미국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정부는 2월에도 밝혔다. 하지만 그 때도 합의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는 당시 오염 정화 작업이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오염 정화를 위한 설계를 해야 기간 산출이 가능하므로 현 시점에서는 추정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즉, 설령 사우스포스트가 올 상반기 중에 우리 측에 반환된다고 해도 정화 비용이 얼마나 들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그야말로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공원 조성을 위해 협상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사우스포스트는 군사 기지라고는 해도 주로 사무 공간과 스포츠 경기장, 숙소 등으로 쓰이던 만큼, 환경오염 정도가 크게 심각하지는 않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겠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