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1역사 1환승' 제약 지도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 275개 중 254개역에선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른바 '1역사 1동선'이 확보된 역들이다. 수치만 보면 92.3%에 달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00곳의 역사 중 92곳을 이용하는 데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 수치를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때까지 '1역사 1동선'이 확보 안된 21개의 역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나머지 역에선 장애인의 역사 내 이동이 자유로울까.
연합뉴스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사각지대는 '환승'에 있었다. 서울 지역 환승역의 50.7%(35개역)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 이들이 환승을 하기 위해선 밖으로 나간 뒤 들어오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환승통로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비장애인과 달리 이들은 개찰구를 여러 번 통과해야 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환승 이동권이 얼마나 보장됐는지를 보기 위해 '1역사 1환승'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이는 하나의 승강장에서 다른 호선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승 경로 중 단 하나라도 엘리베이터만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 '1역사 1환승'에 제약이 있다고 봤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이동권의 기준으로 보는 '1역사 1동선' 기준을 따랐으며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는 환승 경로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휠체어 리프트의 사고 위험성 탓에 이동 동선 개념에 넣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총 69개 환승역 중 35곳의 역사가 환승에 제약이 있었다. 이중 환승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야 하는 역은 11곳,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역사는 총 16곳, 개찰구를 재 통과해야하는 역은 25곳이다. 일부 역사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동시에 개찰구 밖으로 나가야 하는 등 제약이 중복된 경우도 있었다.
환승 위해선 밖으로 나가거나…휠체어 리프트 타야
'1역사 1환승' 미충족 지하철역 현황환승을 위해 지하철역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만 하는 대표적인 곳은 노원역이다. 예컨대 7호선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역 내 환승은 불가능하다. 환승통로를 연결하는 휠체어 리프트도 없어 밖으로 나가는 방법이 유일하다. 출입구 인근 엘리베이터를 따라 밖으로 나온 뒤 4호선과 연결된 출구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역사로 들어와야 한다. 이 과정에선 요금을 정산하는 개집표기를 다시 통과해야 한다.
2호선과 7호선이 연결되어 있는 대림역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이 '휠체어를 타고 환승이 가능하냐'고 역사에 문의하자, 직원은 "우선 열차에서 내려 승강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온 후 8번 출구로 나와야 한다. 이후 지상으로 이동해 9~10번 출구 사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7호선 역사로 내려오면 된다"고 안내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다. 공항철도와 6호선 그리고 경의중앙선이 함께 있는 해당 역엔 공항철도와 6호선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를 이용해 환승 해야 한다.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고 바깥으로 나간 뒤 다시 들어오는 방법이 있느냐고 역사에 문의하자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은 있긴한데 복잡하기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게 편리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촌역 같은 경우는 선택지가 둘 밖에 없다. 4호선 이촌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타려면 역사 내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거나 밖으로 나가 역사로 재진입하는 방법 뿐이다.
환승역 이용 장애인 승객들 "대안 없어 리프트 타거나 돌아가야"
연합뉴스실제로 지하철을 환승역을 자주 이용하는 장애인 승객들은 "환승역에서도 바로 환승이 안돼 엘리베이터를 통한 환승이 어려운 곳이 많으며, 어쩔 수 없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거나 빙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의정부에서 혜화까지 휠체어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오일환(30)씨는 "환승을 하기 위해 창동역을 지나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를 이용한다"며 "하지만 리프트가 야외에 있어 날씨 등에 영향을 받아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1호선과 4호선이 함께 있는 창동역의 경우 환승 통로가 개방형이라 리프트 또한 야외에 있다. 해당 구간의 엘리베이터는 현재 공사 중이다. 문제는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다.
일환씨는 비가 오면 조금 멀더라도 창동역이 아니라 동대문 역으로 돌아간다. 그는 "비가 오면 리프트가 미끄러질까 무서워 야외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과거 아시는 분이 리프트를 타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또 "리프트가 내려가는데 약 10분 정도 걸리는데 겨울의 경우엔 그 10분을 견디는 것도 괴롭게 추울 때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더 일찍 나와 동대문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노원역 도봉구에 거주하는 배재현(42)씨는 환승하기 위해 노원역을 자주 이용한다. 노원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야외로 나와야만 하는 배씨는 "환승하러 갈때까지 거리가 상당하다. 인도 곳곳이 깨져있고 기울어져 있어 불편하다"며 내부에서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외부로 왔다갔다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된 일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동휠체어냐 수동휠체어냐에 따라 시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며 "최소한 역사 내에서 환승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