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제공
울산 현대모비스는 지난 13일 2021-2022시즌 프로농구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던 고양 오리온과 6강 플레이오프 벼랑 끝 원정 3차전에서 3쿼터까지 51대66으로 크게 밀렸다. 기적을 바라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전력도 모자랐다.
유재학 감독은 4쿼터 시작 1분40초 만에 팀내 유일한 외국선수 에릭 버크너를 벤치로 불렀다. 국내 선수로 5명을 채웠다. 오리온이 친정인 베테랑 장재석과 최진수,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김동준 등을 앞세워 마지막 쿼터를 치렀다.
그들은 오리온이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주전을 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코트에서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다. 장재석은 골밑을 지배했고 김동준은 두려움 없는 돌파를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짜임새는 다소 부족해도 열정만큼은 대단했던 압박 수비는 과거 현대모비스의 전성시대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현대모비스는 오리온에 81대89로 졌다. 6강 플레이오프는 3전 전패로 끝났다. 외국인선수의 부진과 부재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한 전통 명가의 저력은 대단했지만 4강까지 가기에는 무리였다.
현대모비스는 개막 전 만족할만한 외국선수 구성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자기 역할을 찾은 라숀 토마스의 위력은 대단했지만 그는 부상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뛰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감독이 외국선수에 대한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부상까지도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며 자책한 뒤 "근래 들어 외국인 선수를 뽑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 정도 선수가 아닌데 몸값이 높은 선수가 많다. 다음 시즌에 10개 구단 중 중간만 조금 넘는다면 내년에는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간다"는 유재학 감독의 말은 프로농구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말이다. 현대모비스는 KBL 최다인 7회 우승을 자랑하는 구단이다. 그 중 여섯 차례 우승을 이끈 지도자가 바로 유재학 감독이다.
유재학 감독이 내비친 자신감의 기반은 이번 시즌을 통해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다.
그는 "이우석이 눈에 띄게 발전한 건 여러 모로 팀에 도움이 된다. 서명진이 다쳤을 때 김동준이 잘해줬다. 그때가 승수를 가장 많이 쌓았던 기간이다. 오늘도 마지막에 파이팅 있게 뛰었고 팀에 소금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라 내년에는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민석은 아직 자리를 못 잡았다. 같은 포지션 선수가 많은데 내년에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더 키워볼 생각이다. 구구즈 선수들이 다음 시즌의 희망을 보여준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구구즈(99's)'는 팀내 1999년생 선수들을 뜻한다. 이우석, 서명진, 김동준, 신민석 등은 현대모비스의 미래다. 유재학 감독은 시즌 초반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며 유망주가 많아진 팀 분위기를 좋아했고 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우석은 평균 12.0득점, 4.2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005년 양동근 이후 현대모비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프로 4년차 서명진은 경기당 10.1득점, 4.4어시스트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구구즈'는 오늘보다 내일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들이다.
유재학 감독은 그들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내년에는 튼튼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다가 신구 조화를 잘 맞춰서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6강 마지막 쿼터를 마무리하면서 오히려 희망을 봤다. 함지훈, 최진수, 장재석 등 베테랑들이 팀의 중심을 잡고 유재학 감독의 기대대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이 활약했던 영광의 시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