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최준용. KBL 제공서울 SK의 원투펀치 김선형과 자밀 워니는 3월초 나란히 부상을 당해 한동안 결장했다.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던 SK가 1-2옵션 선수들의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커진 시기였다.
이 같은 질문이 주어졌을 때 최준용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어떻게 해서 공벡을 메우겠다는 고민보다 "그럼 내가 3옵션인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그의 머리를 스쳤다.
이어 머리 속에 "그런데 3옵션 선수가 MVP를 받는건가?"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최준용의 생각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첫 번째 포인트, 최준용은 SK의 3옵션인가?
외국인 선수는 늘 팀의 핵심 공격 옵션이다. 게다가 자밀 워니의 득점력은 출중하다. 또 SK는 오랫동안 '김선형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최준용은 두 선수를 좋아하고 당연히 함께 뛰기를 원하며 때로는 둘에게 의지하지만 자신만의 책임감도 분명히 갖고 있다.
그는 "나만 잘하면 된다, 두 선수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제가 팀에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제가 팀의 중심을 잡아야 팀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최준용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SK가 완전체에 이르렀을 때 무적에 가까운 전력을 발휘하게 했고 주축 선수들이 빠졌을 때도 수준급 경기력을 유지하게 했다.
두 번째 포인트, MVP?
최준용과 대화를 나눴던 시기는 서울 SK와 수원 kt의 1-2위 맞대결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격 취소됐던 3월 말이었다.
최준용은 이전부터 이미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 주목받았다. 팀 성적은 압도적이었고 개인 기록 및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 역시 탁월하다는 평가였다.
SK는 김선형과 워니의 부상 기간에 코로나19의 영향까지 받으며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간을 4승3패, 5할 이상의 승률로 버텼고 이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가는 발판이 됐다.
이후 최준용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한 이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준용은 "이 정도 분위기라면 그냥 지금 MVP를 주시면 안되나요"라는 웃음섞인 농담을 건넸다. 그만큼 여유가 넘쳤다.
자만심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이다.
최준용은 MVP 수상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그런데 제가 MVP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다면 그럴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라며 "팀을 위해 적극적으로 한 게 어쩌면 상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서울 SK 최준용. KBL 제공정규리그 MVP의 주인공은 6일 오후 개최되는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최준용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수상 후보다.
최준용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54경기 전 경기에 출전에 출전해 평균 16.0득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블록슛 1.1개를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2016년 데뷔 후 가장 높은 45.5%다.
신장 200cm의 최준용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공을 잘 다루는 장신 포워드로 주목 받았다. SK는 데뷔 시즌부터 최준용의 장점을 잘 살렸다. 그는 200m의 신장과 신장 대비 빠른 공수전환 속도를 잘 활용했고 볼 핸들링 기술을 바탕으로 동료들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공을 들고 공격을 전개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최준용은 프로 통산 평균 출전시간(29분42초)보다 적은 시즌 평균 28분22초 동안 뛰고도 데뷔 후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전희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최준용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했다. 때마침 최준용은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최준용은 주어진 역할이 더 커졌다는 말에 "좋기는 합니다. 농구를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 욕심이 있어요. 또 역할이 주어졌을 때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워니 선수의 득점력을 살리는 플레이를 많이 했고 그때도 잘 되기는 했지만 팀에 득점력이 있는 선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즌 전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했어요.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고 팀을 살려줘야 할 때 살려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은 언제든지 동료의 플레이를 살려줄 수 있다는 최준용의 자신감은 SK 전력의 한 축이 됐음이 분명하다.
SK는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최원혁, 이현석, 오재현 등 롤 플레이어들의 팀 공헌도가 눈에 띄었고 특히 이들은 팀내 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그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 SK 최준용. KBL 제공최준용은 이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분'을 강조했다.
유쾌한 톤으로 "저는 누구든 살려줄 수 있는 선수"라며 말문을 연 최준용은 "(최)원혁이 형과 재현이는 슛이 약하다는 거 전국민이 다 알잖아요? 그래도 제가 패스를 줬는데 슛을 안 던지면 저는 그들에게 험한 말을 합니다"라며 웃었다.
농담 이면의 진심은 따로 있다. 그 진심은 이번 시즌 최준용의 활약은 물론이고 정규리그 챔피언 SK의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는 "누구든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기회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선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선수의 가치는 선수가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선수들을 믿어요. SK는 누구 한 명이 빠져도 달라지지 않는 팀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