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4월 국회 처리'를 위해서라면 물불도 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반기'를 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강성 민형배 의원으로 교체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이제는 '회기 쪼개기' 수법으로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
한다.
그러나 법안 처리 속도와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신파로 알려진 조응천 의원의 친전을 시작으로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소영 의원)"이라는 비판과 "지금 우리의 검수완박을 향한 조급함은 너무나 우려스럽다(박용진 의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 원내지도부는 알면서도 귀를 닫고 있다. 당론으로 채택한 이상 무조건 밀어 붙어야한다는 입장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 2개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지도부 전원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탓이 크다.
강성 지지자들은 검수완박 실패 시 6월 지방선거를 보이콧하겠다고 압박한다. 지난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반대 발언을 한 의원 5명은 '의총 5적'으로 찍혀 문자·전화폭탄 세례를 받았다. 이들 표현을 빌려 '좌표가 찍힌 것'이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과 올해 대선에서도 검수완박에 대한 목소리를 참았는데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이제는 당원들의 요구를 무시할 명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황진환 기자그렇다면
강성 지지자들은 왜 검수완박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일까.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기억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검찰 수사로 문재인·이재명 역시 잃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 그의 부인 김혜경 씨 모두 각종 의혹들로 수사선상에 놓여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예고했다.
여기에 최근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에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본격화됐다.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과 관련 없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한해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다.
윤 당선인도 대놓고 꼼수를 썼으니 코너에 몰린 민주당도 이제는 앞뒤 안 보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최근 들어 일부 신중론자들 중에서도 '검수완박 강행'에 마지못해 찬성으로 돌아서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서 포기해버리면 당도 상당히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회기를 잘게 쪼개 여러 번 여는 방식으로 다음 주 중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박 의장 역시 4월 말로 예정됐던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