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5일 열린 공판에서 "단 1초도 숨을 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수면제 50알을 먹은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 측은 19일 밤 구치소 수감 중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되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는데, 법무부가 이를 부인하면서 현재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공판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출석했다. 극단적 선택 시도 후 첫 공판 출석이다.
유동규 측 변호인은 공판 시작과 함께 "지금도 몸이 안 좋아서 식사도 못하고 왔다. 앉아 있을 수 없어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라고 구치소 복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치소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허가하지 않고, 바깥에서 잠깐 쉬는 것으로…"라며 난색을 표했다. 유동규 측이 공판에 참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한 뒤 약 30분 간 회의에 들어갔다.
다만 재판부는 회의 후에도 유 전 본부장이 공판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그러자 유동규 측 변호인은 재판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변호인은 "구치소 쪽에서는 수면제를 먹은 사실도 몰랐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라며 "유서도 남겼는데 못 봤다고 한다. 제가 당일 접견을 하려고 하니깐 구치소가 안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도 접견을 못했다. 오늘 여기서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발부된 구속 영장에 대한 아쉬움도 강하게 드러냈다. 변호인은 "죄송하지만 제발 원칙대로 법대로 하면 좋겠다. 구속 사안이 되는 것을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에 재판부가 "변호인이 의견 진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자, 변호인은 다시 재판부의 말을 끊고서 "목숨을 끊으려고 하다가 (구치소는) 병원에 가서 뇌를 찍어보고 괜찮으니깐, 다시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죽으려고 한 것을 모르니깐 누가 죽이라도 해주겠는가?"라며 "식사도 못하고 있고, 이런 사람을 계속 앉아서 재판하려고 하는데 이것 자체가 가혹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강하게 항의를 이어가던 유동규 측 변호인들은 결국 법정을 박차고 나갔다.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자 검찰도 이날 입장을 밝혔다. 검찰 측은 "피고인(유 전 본부장)의 수면제 복용이 사실인지, 복용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현재 조사 상태이고 최종 결론이 나와봐야 한다"라며 "지난까지 확인된 사실은 지난 20일에 피고인이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서 의무실로 옮겼는데 검사에서 정상이었고, 인근 병원에서 MRI 혈액검사도 실시했는데 정상이어서 당일 복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치소가 조사 중에 있는데 지금까지 보면 건강상태에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주장했다.
검찰의 말을 듣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은 "제가 말 좀 하겠다"라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남이 얘기하는 것은 쉽다"라며 "수면제 50알 먹은 것 맞고, 고무 밴드도 준비했는데 50알을 먹고 기절하는 바람에 지금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면 그것만이 진실을 알릴 수 있고 재판장님한테 그래서 유서도 써놓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제 억울한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검사들은 논리를 따지지만, 그 근거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 나온 것도 검사들이 무슨 또 말을 할까 봐 이 악물고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공판은 오전 내내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시도 선택을 두고 양측의 공방만 벌인 채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