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정부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방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2년여 간 방역당국의 대응을 '정치 방역'으로 폄하하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청장은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치 방역 등 일부에서 성과를 폄훼하는 시선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과학적 근거 기반의 방역을 하는 것은 저희 질병청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고 미션"이라며 "그런 원칙을 갖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치 방역'과 '과학 방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또 국내·외 근거들을 잘 리뷰해서 가장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질병청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안철수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른바 'K-방역'으로 불려온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인수위는 지난 4월 말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는 '과학 방역'을 펼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전임 정부의 방역은 '비(非)과학적'이었다는 시각에 대해 정 청장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청장님,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정치 방역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이에 정 청장은
"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는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경우, 엄밀한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한다"며 "(다만)
거리두기나 이런 사회적 정책들을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게 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이를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다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방역 노선에 실제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신 의원의 질의에 정 청장은 "코로나 유행 초기엔 저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낮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근거를 갖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방역을 할 수 있다. 그런 지식의 진보가 차이"라며 "근거 창출을 위한 조사나 연구 부분은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항체 양성률 조사, 코로나19 후유증 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질병청이) 2020년부터 진행해 왔다"며 "다만, 최근에 오미크론 유행이 컸기 때문에 좀 더 조사규모를 키워서 대규모 조사를 할 예산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윤창원 기자올가을 이후 코로나 재유행 전망을 두고는 "신종 변이 출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도가 떨어지는 부분, 계절적 요인, 대면접촉 증가 등의 유인으로 언제든지 재유행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고위험군 보호 목적으로 (4차 등 추가) 접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변수를 고려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신임 질병청장으로 임명하면서 정 청장은 5년 가까이 지켰던 질병청을 떠나게 됐다. 정 청장은 지난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은 이후 4년 10개월 동안 방역 현장을 이끌어 왔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견되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 청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본부장을 지낸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매주 진행했던 그는 한결같이 성실한 대응과 차분한 태도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년 7월에는 김밥·도시락 등 검소한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돼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브리핑 과정에서 밑창이 떨어진 낡은 구두와 하얗게 새어가는 머리 등도 화제를 모았다.
이날 정 청장은 오후 3시경 충북 오송 질병청으로 복귀해 그동안 함께한 직원들과 고별 인사를 나눴다. 이임식을 겸한 자리로, 언론에 공개되는 별도의 행사나 이임사는 없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1년 5개월 동안 장관직을 수행해온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을 끝으로 물러난다. 권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통해 "여러분이 든든한 '빽'이었다"며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공(功)을 돌렸다.
그는 백신 및 병상 확보, 재택치료 체계 안착 등이 모두 복지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전국 각지의 지자체, 여러 의사단체와 함께 구체적으로 협상한 결과물"이라며
"여러분 덕분에 지금의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가 많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또 "이제 우리 앞에 새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각자 맡은 악기를 잘 연주하면 국민에게 박수와 칭송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각자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연차 휴가에 들어간 권 장관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내정한 정호영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복지부는 당분간 조규홍 1차관·이기일 2차관 등 차관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