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임 법무부장관이 1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전 검사장이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조직 재정비 차원의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빠른 시일내 단행될 전망이다. 이르면 18일 고위 간부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보직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후에는 한동안 정체였던 서초동 수사 시계도 속도감 있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초대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전 검사장을 임명하면서 검찰 안팎의 관심은 한 장관의 첫 인사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근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8명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사표를 제출하면서 고위 간부에 해당하는 대검검사급(검사장)부터 대폭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깜짝 발탁한 한 장관에 이어 이노공(53·26기)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까지 기수를 역전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듯이, 측근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검찰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 굵직한 사건들이 걸려있는 검찰청 수장에 '윤석열 사단'의 중용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호흡을 맞췄던 송경호(52·29기) 수원고검 검사가 차기 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된다. 이밖에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과 신봉수(52·29기) 서울고검 검사 등 검찰 내 '칼잡이'로 통하는 이들도 주요 보직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신자용(50·28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언급된다.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특수통들의 중용을 전망하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지만, 그보다 검찰 인사 이후 주요 사건 수사가 재점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방점이 있다. 앞서 한동훈 장관도 청문회에서 "검수완박법 시행까지 4개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기존 사건은 진행할 수 있다"며 취임 이후 수사 본격화를 예고했다. "누구를 막론하고 죄가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한 장관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전날 취임사에서도 한 장관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윗선'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진행중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경우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결정하면 중앙지검이 다시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수원지검에는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한 사건이 다수 몰려있다. 이밖에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매듭짓지 못했다.
향후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재빠르게 돌아가려면 수사의 총책임자인 검찰총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원석(54·27기) 제주지검장이 조직 내부의 신망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을 오래 보좌해온 박찬호(56·26기) 광주지검장과 검수완박 국면에서 존재감을 보인 여환섭(54·24기) 대전지검장, 김후곤(57·25기) 대구지검장, 조종태(55·25기) 광주고검장도 검찰총장 후보군에 꼽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들 가운데 누가 총장이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황진환 기자검찰 인사의 경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이미 물러난 데다 박성진 대검 차장마저 사의를 밝힌 터라 이같은 협의 절차가 현재로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려면 최소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4개월 남은 검수완박 시점을 감안하면 총장 인선 탓에 시급한 검찰 인사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현실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날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중간 간부인 고검검사급 인사도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검찰 간부는 "한동훈 장관의 첫 검찰 인사 기조는 인적 쇄신에 맞춰질 것"이라며 "검찰 인사를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건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 역시 그만큼 강하다는 일종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