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 나선 한미 정상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2022.5.21 jeong@yna.co.kr (끝)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눈여겨 볼 점은 북핵 대응에서 경제안보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경제가 안보, 안보가 경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제 안보 질서 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우리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다. 새로운 현실에 맞게 한미동맹도 한층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협력은 우리의 전략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축으로서 발전해 온 한미동맹은 이제 북한의 비핵화라는 오랜 과제와 함께,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 변화와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민주주의 위기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한미동맹은 그러한 연대의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삼성 같은 기업들이 현재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를 통해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공급망을 강화하고 충격에 대비하도록 할 것이며 이는 우리 경제에 경쟁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한미 정상은 공급망 강화 등 경제·에너지안보에 대한 협력을 심화시켜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성명을 통해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 산업대화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백악관 간 '경제안보대화' 출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특히 두 정상은 "실질적인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해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에 필수적인 질서 있는 외환시장, 신형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개발·수출 증진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방위산업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 할 수 있는 '국방 상호 조달 협정' 협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핵심기술의 외국인투자 심사·수출통제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선진기술의 사용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인태지역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이고, 그 첫걸음은 IPEF 참여"라며 "인도 태평양 지역은 한미 모두에게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소인수·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기자회견, 만찬 일정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중간 미소를 짓기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 강화를 이야기하며 윤 대통령을 쳐다보자 윤 대통령도 고개를 살짝 돌려 함께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2분부터 3시 21분까지 109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예상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20분 가까이 더 진행된 것이다.
90분 훌쩍 넘겨 109분…"두 정상 케미가 잘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며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대통령실은 회담이 길어진 배경으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케미가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한미 동맹에 대한 굳건한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인수 회담(3대3 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공감대가 두 분 정상께서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넓고 깊다고 느끼신 것 같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개인적 경험, 정치에 등장한 배경 등을 서로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케미가 굉장히 잘 맞는 관계로, 다른 걸로 화제를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환담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양 정상 간 돈독한 신뢰관계 구축이 큰 성과"라며 "양 정상이 일정을 함께 하면서 국정철학, 반려동물, 가족의 소중함 등과 같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혔다"고 전했다.
마지막날인 22일 두 정상은 경기 오산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서 안보 상황을 함께 점검한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알리고, 북한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안보 행보'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오산까지 동행한 뒤 당일 오후 일본으로 떠나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송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끝으로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일본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