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연수. 하연수 SNS 캡처"개인적으로 고소해도 될까요? 보고 계시다면 그동안의 악의적 기사 수정하세요."
배우 하연수의 한 마디가 선정적 SNS 기사들에 경종을 울렸다. 하연수는 지난 24일 SNS에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다루며 자극적인 제목을 단 몇몇 기사들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하연수는 "같은 여성인데 타이틀 그렇게 쓰지 말아 달라. 참담한 심정"이라며 "기자님도 저를 사람으로 생각해주시고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옷을 반만 입은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와 유사한 기사를 생산한 언론 매체를 향해 "잘못된 사실로 저에게 고통 주신 것. 특정 매체들 전부 기억하고 있다. 기사를 쓰실 때는 양심적으로 팩트 체크(사실 확인) 부탁 드린다. 사람 목숨이 달렸다는 거 아시지 않나. 인간이 제일 나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이 할 수 있는 순기능이 그게 최선인가. 사회부가 아니라 연예부니까? 저에게 좋은 이미지도, 수익 1원도 배당 되지 않는데 이건 무슨 관계인가. 사진 스크랩 하셔서 과장해 기사 쓰시는 건 권리가 되어버렸다"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되물었다.
현재 하연수가 문제 제기한 기사가 수정되면서 이 같은 SNS 글은 삭제됐다.
대신 하연수는 "사실 비슷한 헤드라인을 뽑아낸 매체가 굉장히 많았다. 그것까지 다 해결하려 했는데 10곳을 초과하길래 제일 심각한 두 곳의 기자님들이 작성하신 기사들을 읽어본 후 실행한 행동"이라고 왜 직접 항의하는 조치를 취했는지 설명했다.
이어 "더는 악의적 기사에 혹여 우울감과 자살 시도에 다다르는 분들이 없으시길 바라는 차원에서 현 언론에 경종을 울려본다. 역시 사람이 움직여야 세상이 바뀌는 것 같다. 저는 용기 내서 계속 나아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자신의 기사를 향한 하연수의 SNS 대응은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연예인 당사자는 선정적 기사에 불쾌감을 느껴도 언론과의 관계 문제 등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하연수의 대처가 더욱 이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하연수는 일본 유학을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악플러들에게 고소를 시사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어뷰징 기사(내용과 다른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 역시 이 시기 대거 생산됐다. 하연수가 적극적으로 잘못을 바로잡는 '사이다' 행보를 보여 대중의 관심이 쏠리자 중심 이슈와 전혀 무관한 SNS 사진 등이 선정적 제목을 달고 기사화 된 것이다.
물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연예인 SNS 베끼기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종 포털 사이트 연예면을 보면 연예인 개인 SNS에서 사진을 가져와 내용과 무관하게 성적인 묘사나 가십성 제목을 단 기사들이 조회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저 일상을 담은 사진이고, 딱히 정보 전달의 의미조차 없는 기사이지만 '클릭'을 유도하도록 이 같은 장치를 하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여자 연예인들이 더욱 극심하게 시달린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6일 CBS노컷뉴스에 "단순 SNS 베끼기가 아니라 (기사 제목을 통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성상품화가 벌어졌고 이런 피해를 직접 호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더 심각한 인권적 문제다. 연예인들은 아무래도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이라 잠재적 피해를 걱정해 언론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데 하연수씨의 지적은 타당하고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언론이 선정성 주목끌기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안에 기자 개인들이 놓여 있어 그들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언론사, 특히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언론사들의 자정과 내부 비판이 필요하다. 다 같이 그런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