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세종 아파트 갭 투기' 논란, '억대 로펌 고문료' 등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는 가운데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이 윤석열 정부의 굵직한 복지정책 노선과 곳곳에서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두고 "국민 지갑을 털려고 한다"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한편 아동수당에 대해서는 '퍼주기 식 복지'라고 비판했다. 약사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복지 분야에는 전문성이 약한 데다 문 전 대통령의 기억력을 치매에 빗대는 '막말'로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산 적도 있다.
文 연금개편안에 "국민 지갑 턴다" 지적…尹정부도 인상 '유력'
김 후보자의 발언 가운데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연금 관련 내용이다.
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였던 지난 2018년 8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험료를 더 많이 오랫동안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국민들의 들끓는 민심이 재난 수준의 폭염을 능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연금·노동·교육'을 현 정부의 3대 개혁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당시 김승희 의원. 윤창원 기자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미정이지만,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요율 인상을 시사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9%대 수준에 묶여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공적연금개혁위를 당초 계획과 달리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회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도출과 관련법 개정 등 입법 과정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인데, 세부안과 별개로 보험료율은 10% 이상으로 오르리란 예측이 우세하다.
현 정부도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의 연금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과거 후보자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청문준비단은 지난달 28일 설명자료를 내고
"보험료율 인상만을 주요 대안으로 검토하던 당시의 연금 개혁방안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의 진행에 따라 노후소득보장 및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의 구축을 위해 종합적 개혁방안이 사회적 합의 속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현재의 국정과제 추진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아동수당에 "퍼주기 식 복지"…치매전담시설 예산 '삭감' 주장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 후보자는 아동수당을 두고도 '보편 지원'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7년 9월 복지부는 이듬해 7월부터 만 0~5세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정부안(案)을 냈다. 국회에서는 '소득 하위 90%'로 축소하기로 결론이 났다.
1년 후 정치권에서 또다시 6세 미만 전(全) 아동으로의 확대 움직임이 일자 김 후보자는 2018년 9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번도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정책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이걸 또 100%까지 다 주자,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법의 취지가 아동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인데, 모두 다 주게 되면 주식보유자 등 필요하지 않은 가정에도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논란이 많았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후보자가
돌연 이같은 입장을 선회한 것은 고작 두 달 후인 같은 해 11월이다. 현금성 지원은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던 김 후보자는 아동수당 대상을 6세 미만에서 15세 이하로 확대해 월 15만원을 주자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후보자가 소속돼 있던 자유한국당이 소득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며 보편복지 찬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018년 7월 경기도 성남시의 아동수당 100% 지급 추진과 관련해서도 "국회 합의 정신을 뒤집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압박·왜곡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2017년에도
'퍼주기 식 묻지마 복지'라며 "주식부자 어린이도 받는 무차별한 아동수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합뉴스반면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를 통해 '부모 급여'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아동수당 외에도 만 1세 이하(0~11개월)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월 100만원을 더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2023년 월 70만원, 2024년 월 1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현행 아동수당의 수급 연령범위를 더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는
치매전담시설 등 돌봄기관의 예산을 삭감하자는 의견을 낸 이력도 있다. 2020년도 복지부 예산안에는 치매전담시설에 1인실을 설치하고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강화하는 등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관련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 후보자는 당시 1334억으로 증액 요구된 해당 예산에서 269억 2500만원을 깎자는 주장을 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해서도 "구체적 재정추계나 사업계획이 미비하고 부실한 제도"라며 '대국민 사기극'으로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후보자는 공공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대한 예산도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82억 4천여만 원을 감액하자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의
'공적 돌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활동이 어려운 고령층에게 지원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종류와 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인수위와도 결이 다른 부분이다. 인수위는 노인돌봄 및 치매돌봄 체계에서도 '맞춤형 사례관리'를 강화하겠다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에 '치매' 운운…김승희 "야당 시절 정부 비판 및 견제"
후보자의 '거친 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억력을 '치매'에 빗댄 전력은 향후 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을 전망이다. 보건복지 정책 전반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로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거세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 문제를 들어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 국민들은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고 있음과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쯤 되면 복지부 장관께서도 대통령 기억력을 잘 챙기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와 고성이 잇따르자 김 후보자는 '치매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그는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이런 것은 분명히 치매가 아니라고 얘기했다"며
"그렇지만 치매의 초기증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우려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26일 이를 겨냥해 "20대 국회에서 손꼽히는 막말 정치인"이라며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같은 달 30일
"야당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정부 비판과 견제가 지금 부메랑이 되고 있다"며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충분히 설명하고 이제 국민 행복과 국익을 최우선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후보자 측은 정부 노선과 '엇박자'가 우려된다는 지적과 관련해
"현금성 복지는 취약계층 위주로 두텁게 지원하고 사회서비스 지원은 필요한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 경제의 선순환을 달성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동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