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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尹취임 한 달…'경제우선' 행보, '검찰편중' 인사 (계속)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의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한 달을 앞둔 가운데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동시 발생) 조짐까지 일면서 한미 간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대책 마련을 구상 중이다. 이와 별개로 정권 초반부터 국무총리실과 금융감독원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배치하며 인사 편중 논란도 제기됐다.
"첫째도 둘째도 경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취임 후 한 달간 윤 대통령의 행보는 단연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파도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수석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들을 기용하며 임기 초반부터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 대비 5.4%나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이다. 물가 상승이 공급 측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면서 새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소상공인들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 약속을 이행했다.
손실보상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신경전 끝에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의결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선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에 합의, 미국과의 동맹을 기술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첫 행선지인 경기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를 강조하며 공급망 논의를 위해 양국 대통령실 직속 핫라인 신설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스템 반도체나 요소수 사태처럼 생활과 산업 생산에 필요한 물자들의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며 "이를 국가 안보, 군사 안보와 동일 선상에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6‧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승리를 자축하는 대신 경제위기를 환기시키며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선거 후 기자들과 만나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자세로 민생 안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며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경제 위기 극복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당분간 새 정부의 '경제 우선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6%로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인 0.7%보다 0.1%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세계은행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4.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률은 하락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을 정도로 국제 환경이 급변했다"며 "외교와 경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에 금감원장까지 검찰 일색…"인사권, 결과로 판단해달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그러나 새 정부의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검찰 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의 '검찰 인사 편중'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 경제 부처 등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취약한 자리까지 대거 배치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일단 대통령실 내부를 살펴보면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검사를 인선했다. 대통령실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은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인사기획관은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은 이원모 전 검사가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때도 서울시 출신들이 청와대의 요직에 포진했었다"며 "대통령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하는 참모들의 경우엔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부에선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조상준 전 검사가 임명됐고, 국가보훈처장에는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박성근 전 검사가 인선됐다. 지난 7일에는
금융감독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이복현 전 검사를 임명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우며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되지 않았나"라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정부의 법률 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곳은 규제·감독기관이고 적법한 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루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이복현 전 검사. 연합뉴스 연합뉴스검찰 재직 시절 '특수통'이었던 윤 대통령은 금감원, 공정위 등과 유관 업무가 많아 이들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개혁 의지가 남다르다고 윤 대통령의 측근들은 전한다. 대기업 수사와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등 수사에 있어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나온 직원들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이들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잘 알았고 문제 의식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키우는 등 관련 사건 수사 역량을 강화했으며 당시 초대 공정거래조사부장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었다.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취임사에서도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형사 법 집행의 우선 가치로 내세워 공정경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특히 라임, 옵티머스 등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표면적으론 '능력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다소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역들까지 검찰 출신들을 배치시키며 국정 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경력이 짧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인재 풀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중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어찌됐든 인사는 인사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향후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첫 인사이기 때문에 본인이 오래 고민하신 대로 하시는 것 같다"며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