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두고 연일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버티기' 국면이 길어질수록 이 대표가 쥔 '당 대표 권한' 카드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버틸 힘'은 이 대표 쪽에 더 있고, 때문에 안 의원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긴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이준석 대표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합당 합의를 할 때, 우리는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 1명을 제안했지만 국민의당 쪽에서 '통 크게 2명 하시죠'라고 나와서 2명을 받는 것으로 결론을 냈었다"며 "
당시에도 예상 밖의 인물이 추천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누가 오는지 살펴볼 것이다, 검증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합당 정신에 따라"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받아 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땡깡을 부린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안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안 의원은 국민의당 최고위원 몫으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국민의당 김윤 전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정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사람을 굳이 추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과거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거친 비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의미와 취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준석 대표와 추천 인사에 대해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맞서는 안철수 의원 사이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김윤 한 사람만 최고위원으로 받아서 당헌·당규 개정 없이 9명으로 최고위를 꾸릴 수 있다"며 내놓은 중재안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다만 양측이 이처럼 양보 없이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실리 면에서는 이 대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고위원 인선은 최고위 의결 사항인데, 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한마디로
이 대표가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안 의원도 여론전 외에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방법이 없다. 당내에선 안 의원을 엄호해줄 '안철수 세력'이 아직 없는 상태다.
국회사진취재단또 안 의원의 주장대로 최고위원 2명을 받으면 최고위가 정수 9명을 초과해 10명이 되기 때문에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 의결을 받아야 한다. 전국위 소집 공고 권한 역시 당 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가 공고를 하지 않으면, 최고위 인원 조정 자체가 안된다는 의미다. 배현진 최고위원 등 최고위 내부에서 안 의원의 요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지만,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명분 면에서도 버티기 싸움에서 안 의원이 얻을 게 많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친윤그룹과 연대하기 위해 친윤그룹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을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했다는 해석이 공공연하다"며 "안 의원 본인의 자력으로 국민의힘에 착근하기 어렵고, 스스로를 '윤석열 사람'이라는 인상만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 대표 측이 국민의당 출신 김윤 전 위원장 한 명만 일단 인선 안건으로 올려 최고위 의결을 하고, "국민의당 출신의 좋은 자원도 많지 않냐, 마저 추천 하시라"며 일단 9인 지도부 체제로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 같은 국민의힘 출신이 아니라면, 문제제기 없이 추가로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고 당헌당규 개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같은 상황에도 안 의원 측은 앞서 추천한 2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중재안을 제시한 권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
이슈가 첨예한 인사 문제는 조용히 연락해 얘기를 하는 게 맞는데, 공개적으로 김윤 전 위원장 한 사람만 추천하라는 둥 하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안 의원 측 관계자)"고 불쾌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