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당대표실을 나서는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사퇴 기자회견 후 국회를 떠나는 배현진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저희(국민의힘)가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권성동 원톱' 체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친윤그룹으로 분류되는 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재로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대행이 '전용기 재신임'을 받았음에도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새 지도부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들을 대표해 배 최고위원이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당장 이날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조기전당대회 불가피론을 꺼내들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당 지도부가 땀 흘리며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도리어 부담을 지워드려 마음이 무겁다"고 지도체제 개편을 재차 주장했다. 권 대행체제에 힘을 실어줬었던 안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대행에 대한) 재신임이 안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입장을 조정했다.
앞서 권 대행은 전날 '정조대왕함 진수식' 참석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탄 자리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한 바 있다. '내부 총질' 문자 파동이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윤 대통령이 권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날 배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내 지도부 개편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은 셈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배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비대위 체제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비대위 체제가 되기 위해선 현 9명 최고위원 중 과반이 사퇴해야 하는데 다른 최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윤그룹으로 분류되는 조수진 최고위원부터 '전원 사퇴'를 주장하는 등 비대위 체제 전환의 높은 진입장벽을 확인했다. 조 최고위원은 간담회 종료 뒤 기자들에게 "제가 분명히 '비대위로 가려면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고 여기서도 드린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총사퇴 얘기는 없었고 배 최고위원 혼자 사퇴한 것이다. (배 최고위원 사퇴가) 들불이 될지 쪽불이 될지 모른다"면서 "나는 (최고위원) 안 그만둔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은 간담회 후 기자들이 배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말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