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31일 국민의힘 내 지도부 재정비 논의가 비상대책위 전환으로 좁혀져 가는 가운데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며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당내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권 대행은 이날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며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려놓겠다"는 것을 우선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에 한정하면서 권 대행이 원내대표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자 곧바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당내 한 의원은 "물러날 거면 직무대행과 원내대표직을 다 물러나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엔 우리 당 의원들과 최고위원들 모두가 책임이 있는데, 그만둔다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9일 당내 초선 의원 32명이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세부 의견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결국 지도부에 대한 전체적인 비토"라며 "모든 직을 정리하고 새로 출발하자는 총의를 모은 후에 직을 내려놓든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 역시 "원내대표로서 당대표 권한을 승계한 직무대행이 된 건데, 당헌·당규상 정해진 직무대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원내대표직만 유지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며 "차라리 새 원내대표를 뽑고 다시 직무대행을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윤창원 기자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조수진 의원, 김태흠 충남지사는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사퇴하려면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데 공개적으로 손을 들어줬다.
조 의원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여당의 지도체제 전환은 이견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야합니다만, 제 역량이 부족했다"는 한편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리는 선배들도 총체적 복합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깊이 성찰해달라. 정권 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하되,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지만 당대표 직무대행은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고, 당 수습을 위해 제대로 나선 의원들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 주소"라며 "권 대행은 지금 당장 모든 직을 내려놓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권 대행을 비롯해 다른 최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혀 비대위 체제 전환 쪽으로 상황이 정리되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임명부터 상당한 갈등이 야기될 거란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내 또 다른 관계자는 "당헌상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은 당대표나 당대표 '권한' 대행에 있는데, 이제 그럼 대체 누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권 대표처럼) '직무' 대행에게 인사권이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비대위 전환을 의결해놓고 비대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법리적 싸움으로 간다면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