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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먹어 봤어?"부터 "한국 좋은 사람 많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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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이거 먹어 봤어?"부터 "한국 좋은 사람 많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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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족 길을 묻다

    1992년 8월 한중수교는 한민족이지만 수 십 년을 떨어져 살아오던 조선족과의 본격적인 만남의 시간이기도 했다. 조선족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모국 땅을 밟아 주로 저임금 기피 업종에서 일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했지만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그 사이 중국에서는 전통적 집거지였던 동북지역을 벗어나 전역으로 흩어지면서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언론재단 지원으로 조선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기획시리즈 '조선족 길을 묻다'를 준비했다.

    중국 조선족들의 다양한 '한국', '한국인'에 대한 기억
    부모 사돈에 팔촌까지 한국에 간 경우 많아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편견에 비해 한국에 대한 기억·평가 나쁘지 않아
    "중국에 와서 조선족 상황 보면 무시하는 마음 없어질 것"

    ▶ 글 싣는 순서
    ①한 핏줄부터 우리말 하는 중국인이라는 생각까지
    ②"이거 먹어 봤어?"기억부터 "한국 좋은 사람 참 많아"까지
    (계속)

    우리 전통시장을 연상시키는 연변조선족 자치주 주도 연길시의 수상시장과 떡메를 직접 치는 상인 모습. 안성용 기자우리 전통시장을 연상시키는 연변조선족 자치주 주도 연길시의 수상시장과 떡메를 직접 치는 상인 모습. 안성용 기자
    1983년에 태어나 정춘성(가명)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 칭다오 등지에서 일거리를 찾다가 마땅치 않자 2011년에 한국으로 건너갔다.
     
    정 씨 아버지와 어머니도 정 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한국 물이 들어 할머니 밑에서 커야 했다. 정 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한국에 갈 생각이다.
     
    베이징에서 번듯한 공기업에 다니는 배 모씨 부인도 한국에 있고, 러시아 사업을 하는 김 씨도 자신을 뺀 형제 자식들이 모두 한국에 터를 잡았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중국에 있는 조선족 상당수는 한국과 인연을 뗄 수 없다. 같은 핏줄이라는 다소 막연한 동질감은 제쳐 놓더라도 본인이나 부모, 자식들이 한국에서 일이나 학업을 하고 있거나 마치고 돌아왔고 사돈에 팔촌까지 범위를 넓히면 모국과 인연이 없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가 안 좋고 차별과 무시도 많지만 재중 조선족들에게 한국에 대한 기억과 인상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앞서의 정 씨는 한국에 있을 때 손찌검까지 당하는 등 안 좋은 기억이 많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그 안에 든 명함을 보고 전화해 줘서 찾아 준 분도 있는 등 도움도 많이 받았다.
     
    조선족의 전통 집거지였던 중국 동북지역을 떠나 최남단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시에 둥지를 튼 조선족이 운영하는 음식점. 베이하이시에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가게들은 한달 이상 봉쇄 상태다. 안성용 기자조선족의 전통 집거지였던 중국 동북지역을 떠나 최남단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시에 둥지를 튼 조선족이 운영하는 음식점. 베이하이시에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가게들은 한달 이상 봉쇄 상태다. 안성용 기자
    중국의 남쪽 끝인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여사장 A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고깃집에서 오래 일했지만 "사장님이나 같이 일하는 이모들에게서 중국 교포라고 무시하거나 한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다"며 "한국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딸과 함께 저녁을 먹던 지린성 교하 출신의 이영철 씨도 한국에 30년 동안 있었는데 기억이 나쁘지 않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아파트를 두 채 사놓은 든든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일할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다 한국인들이라고 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도 조선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업신여김과 모욕에 대해서 말할 때는 살짝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에 가서 무시당하고 마음이 상해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괜찮아진 편"이라면서도 "중국에 오는 한국인들이 중국이나 교포를 무시할 때는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1999년에 한국에 갔다가 2013년에 광둥성 광저우에 정착해 규모가 꽤 큰 사업을 하고 있는 K씨는 야채 하나 놓고 '너 네 이거 먹어 봤냐'고 자존심을 건드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한국과 중국 간 교류가 넓어지면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중국에 와서 상황을 봤으면 조선족을 무시하는 마음이 없어질 텐데 그냥 TV만 보는 분들이 중국이 어떻게 발전했고 조선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결국은 교류 확대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랴오닝성 선양에서 태어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수의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선족 여학생 김 씨는 2019년에 교환학생으로 1년간 공부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할 당시 당당하게 조선족이라고 밝혔고 친구들로부터 이상한 시선이나 부당한 대우도 받지 않았지만 영화 범죄도시, 청년경찰, 황해 같은 조선족을 소재로 한 영화에 받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경우다.
     
    그는 청년경찰을 한국 친구와 한번 보고 조선족 친구와 또 한 번 봤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봤을 때는 굳이 조선족을 범죄 집단화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과연 맞는 걸까하는 질문을 갖고 친구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조선족 친구와 같이 봤을 때는 함께 분노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케니베코바 아이잔과 선봉규·무하마드 아드난은 2020년 8월 '인문사회 21'에 발표한 논문 <한국 영화의 조선족 재현과 사회적 인식 : '청년경찰'과 '범죄도시' 사례>에서 법원이 청년경찰 제작자에게 "영화에 나오는 조선족의 모습이 중국 동포들에게 불편함과 소외감을 유발했을 수 있다"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법원의 판단으로 영화에서 특정 집단의 혐오 표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특정 집단에 대한 사실 확인과 함께 허구의 사실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베시지를 주고 있다며 다문화사회라는 현실에서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이주민들을 지역공동체에서 평범히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인식과 함께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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