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부산 송정해수욕장 서핑 전용 구역에 서핑족이 몰렸다. 김혜민 수습기자전국적인 서핑 명소로 불리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서핑 전용 구역이 3배가량 넓어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서핑족이 몰리면서 충돌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핑 업계는 전용 구역을 더 넓히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근 주민과 상인 사이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아 논란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주말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 서핑 전용 구역.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바다에는 형형색색 보드에 오른 서퍼들이 파도를 따라 겹겹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갓 바다에 나간 초보자들이 보드를 타고 조금이라도 전진하려고 먼바다 쪽으로 직진하는 반면, 보드가 익숙한 실력자들은 파도를 타고 속도를 내며 바다를 가로질렀다.
얕은 물에서는 이리저리 방향을 돌리며 파도에 오르는 '스킨보드'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정된 바다를 수백명의 서퍼들이 그야말로 '종횡무진'하다 보니, 보드와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장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말 부산 송정해수욕장 서핑 전용 구역에 서핑족이 몰렸다. 김혜민 수습기자이른바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불리는 송정해수욕장은 개장 기간에 이처럼 서핑 전용 구역을 별도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일반 해수욕객과 서퍼 사이의 충돌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서핑 구역은 애초 80m에 불과했지만, 서핑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이 나오자 2020년 120m로 늘었고, 지난해부터는 육군 하계 휴양소 구간을 확보해 모두 240m로 확대됐다.
하지만 서핑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여전히 서핑 전용 구역은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할 만큼 좁아 충돌 등 안전사고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핑을 즐기는 정헌수(52)씨는 "앞뒤로 보드를 타던 사람이 충돌하거나, 큰 파도에 뒤집히며 보드와 사람이 부딪치는 일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는 서핑 구역이 한정적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상황인 만큼, 구역이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스킨보드를 타는 최병진(27)씨 역시 "서핑 구역이 한정돼 있다 보니 사람이 몰려 비좁은 게 사실"이라며 "강습생 여러명이 한 파도를 타다 보니 서로 부딪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스킨보드와 일반 서핑 보드가 충돌해 다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서핑구역. 송호재 기자서핑 업계에서는 송정을 레저 특화 구역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서핑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핑 구역 확대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정해수욕장 A서핑샵 관계자는 "지난해부터는 군 휴양지로 쓰이던 해변을 서핑 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구역이 상당히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서퍼 역시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여전히 공간이 비좁은 상황"이라며 "좁은 곳에서 큰 장비를 들고 타다 보니 다치지 않을 수가 없다. 안전하게 타려면 구역을 넓히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서핑 구역이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구역을 확대했기 때문에 이를 더 넓히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특히 일반 입욕객에 대한 배려는 물론, 여름철 피서용품 대여업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지역 단체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대구 송정동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성수기 때 서핑족이 몰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입욕객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서핑 구역을 더 넓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또 여름철에 일반 입욕객을 대상으로 파라솔 대여업을 하는 주민과 주민 단체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송정해수욕장 서핑 구역을 두고 논란이 수년째 반복되는 만큼,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갈등 해소와 안전 문제 해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