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할퀴고 지나간 6일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변에서 태풍에 의해 쓰러진 나무와 전신주 등을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태풍 힌남노가 큰 피해를 입히며 한반도를 관통했다. 역대급의 강한 바람과 비를 쏟아 부은 힌남노는 특히 제주와 영남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방송국이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긴급 상황을 전파하면서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존 공중파 방송의 대안으로 떠오른 유튜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일부 유튜버들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현장에 아무런 안전장비조차 없이 찾아가 위험천만한 생방송을 강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떤 유튜버는 바람 치는 해안가에 접근했다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고, 경찰의 제지를 받고 서야 방송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가하면, 방송기자를 사칭해 재난현장에 숨어들기도 했다. 이들이 이런 무모한 짓을 감행하는 이유는 조회 수를 높여 돈을 끌어 모으려는 것 이상의 목적은 없어 보인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 재난상황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참담한 현실을 보고 있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동영상 업로드 사이트를 넘어서 정보유통의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매스미디어에서 전해주는 일방적인 정보를 수용하기만 했던 대중들이 이제는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정보 제공자로 탈바꿈했다. 정보 유통을 위한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만들어진 현상이다. 이 같은 미디어의 대변혁을 몰고 온 것은 단연 유튜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어엿한 언론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1년 언론재단이 조사한 지난 10년간 뉴스 이용률 추이를 보면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6.7%에 이르고 있다. 전체 인구의 1/4이 뉴스를 보기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종이신문 이용률(8.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유튜브 이용률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불과 5년 사이의 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유튜브 이용행태는 다른 나라와 현격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유튜브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특히 정치 분야의 유튜브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극명하고, 극심한 이념 대립을 보이고 있는 우리 정치현실이 유튜브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유튜브 정치채널의 인기도는 슈퍼챗 순위에서 알 수 있다. 슈퍼챗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에게 시청자가 직접 후원금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영상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받는다. 지난해 정치채널에서 1위를 차지한 '유재일'은 슈퍼챗으로만 4억 7천만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한국의 정치 유튜브 채널은 전 세계 슈퍼챗 수익 10위안에 무려 5개가 포함돼 있다.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엔터테인먼트로 분류돼 있는데, 작년 수익은 6억4천만원이 넘었다. 정치분야 1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 연합뉴스
얼마 전까지 GZSS라는 극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안정권씨 역시 2020년 슈퍼챗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욕설 시위를 벌였던 안 씨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런 유튜브의 수익구조는 유튜버들에게 더 자극적인 방송을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허위사실을 그대로 유포하거나 거의 상대 진영에 대한 욕설로 채우는 일부 유튜버들과 이들을 통해 자신의 정치이념을 투영시켜 불만을 발산하려는 이용자들이 결합하면서 마치 중독같은 사회병리적인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언론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는 주요한 뉴스 접촉 통로지만 이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는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별로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TV였고,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는 소셜 미디어로 조사됐다. 믿지 않으면서도 계속 접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유튜브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존재한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실생활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부정확한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의 유통경로로 악용되면서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허위정보와 가짜뉴스의 유통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아직까지 마땅히 없다. 양 날의 검과 같은 유튜브를 선용하느냐 악용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