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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같은 참사에도 두 번 절망"…1명 사망 포항 아파트 분통 "지원 느려"



사건/사고

    [르포]"같은 참사에도 두 번 절망"…1명 사망 포항 아파트 분통 "지원 느려"

    1명 사망 이웃 이파트 침수 사고…"우리는 왜 대상에서 빠졌나"
    인명 피해 많은 곳 우선 지원 이해하지만…"지원 일절 없어"
    유족 "위로, 보상 등 추후 대응 우리만 빠져"

    8일 포항 오천읍 구정리 서희스타힐스 지하 주차장엔 아직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가득 차 있다. 미쳐 빼내지 못한 차들도 뒤엉켜 있다. 백담 기자8일 포항 오천읍 구정리 서희스타힐스 지하 주차장엔 아직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가득 차 있다. 미쳐 빼내지 못한 차들도 뒤엉켜 있다. 백담 기자
    "같은 지하주차장 참사인데 왜 우리는 소외받는 것 같을까요..두 번 절망하게 만드네요"
     
    8일 오후 포항 남구 오천읍 구정리 서희스타힐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주민 김모씨는 102동 앞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배수 작업에 한창이었다. 그는 "여전히 지하 2층에 물이 가득 차 있고 지하 1층도 정강이까지 물이 찼는데 소방은 다른 곳 지원 나가야 한다고 철수한 지 오래"라며 "사비 털어서 우리가 직접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옆 아파트에서는 인명피해가 많이 나서 집중 지원하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아파트 주차장 지하 2층에도 물이 가득 차 혹시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는데 전혀 지원이 없어 답답하다. 발견하고 나서야 수색할 건가"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8일 현재 전국적으로 9명이 숨진 상태로 발견되고 3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7명의 사망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인근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갑작스럽게 물이 들이차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주차장은 배수 작업이 95%가량 진행돼 수색 중인 것과 달리,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희스타힐스 지하주차장은 여전히 배수 작업조차 쉽지 않아보였다. 주민들은 "소방이 모두 다른 곳으로 지원을 나가 아파트 예비비 등 사비를 털어 배수작업을 하고있다"며 "이걸론 작업이 언제 마무리될지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하주차장은 총 지하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8일 오후, 주차장 지하 2층엔 물이 가득 차 있고 1층엔 차 바퀴가 다 잠길 정도로 물이 차 있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들은 여전히 이리저리 뒤엉켜 있었다. 지하와 연결되어 있는 3개의 배수 호스에선 물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만, 주차장에 들이찬 물을 빼기에 성인 남성 손목 정도 두께의 호스들론 어림없어 보였다. 
     
    배수 작업을 하던 50대 주민 이모씨는 "주차장 반대편에 시에서 지원해준 배수기계가 있는데 지금 시에서 다른 곳에 쓴다고 가져간다고 해 실랑이 중이다"며 "이 곳도 사망사고가 있었던 수해 현장인데 지원이 너무 더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태풍 당시 범람한 포항 오천읍 냉천. 독자 제공태풍 당시 범람한 포항 오천읍 냉천. 독자 제공 
    "같은 재난이고 사고의 유형도 너무 같은데 위로나 지원엔 소외된 것 같아요"
     
    해당 아파트에서 참변을 당한 60대 여성 A씨의 유족도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지난 7일 취재진이 찾은 A씨 빈소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들의 이름이 크게 적힌 근조기가 줄을 이었던 다른 수해 피해자들의 빈소와 달리 이곳엔 구청장의 근조기가 유일했다.
     
    A씨 사위인 하영종씨는 취재진과 만나 "같은 재난 피해를 입었는데 위로라던지 추후 대응이 다른 것 같다"며 "저쪽 빈소에는 대통령도 왔다고 하고 국회의원도 왔다 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일절 없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하씨 친구 B씨 또한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복구에 대한 이야기도 없어 경황없는 유가족 대신 시에 문의를 하니 담당자가 깜짝 놀라면서 저한테 고인 인적 사항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에야 근조기도 도착하고 유가족한테 보상에 대한 연락이 갔다고 하더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B씨는 "분명 시에서도 알고는 있는데 신경을 못쓰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하씨는 "조금만 일찍 구조 작업을 시작했으면 장모님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장모님이 사망하신 곳에 물이 가장 많이 찼을 때가 성인 여성 어깨 정도밖에 안된다"며 "빠르게 구조를 했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너무 크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워낙에 구조 신고가 많은 시간대라 그런지 신고를 하고 한참 뒤에야 소방이 와 구조 작업을 했다"며 "이런 과정들이 모이고 나중에 보니 우리가 굉장히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방당국은 침수 발생 사흘째인 8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지하주차장 배수작업은 95%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실종자 수색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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