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가 14일(한국 시각)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캐나다와 경기에서 세계 랭킹 13위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 남자 테니스 에이스 권순우(25·당진시청)가 세계 13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서 캐나다에 졌지만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권순우는 14일(한국 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의 파벨론 푸엔테 데 산 루이스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B조 캐나다와 1차전에서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2)을 눌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13위를 2 대 0(7-6<5>, 6-3)으로 완파했다.
세계 74위인 권순우가 차세대 남자 테니스 스타로 꼽히는 오제알리아심을 꺾은 것이다. 권순우가 세계 10위권대 선수에 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권순우는 2019년 뤼카 푸유(프랑스), 2020년 두산 라요비치(세르비아) 등 24위 선수를 누른 바 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권순우는 1세트 4게임을 연속으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권순우는 굴하지 않았다. 이후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1세트를 타이 브레이크 끝에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기세가 꺾인 오제알리아심은 2세트에서 무너져 경기를 내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권순우는 "ATP 투어에서 뛸 때보다 훨씬 강한 상대와 경기한다"면서도 "그러나 평소 함께 훈련도 했던 선수들이라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정말로 경기에서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경기 후 권순우는 "초반 긴장도 많이 해서 스타트가 좋지 않았다"면서 "이후 오제알리아심에게 적응한 뒤 공격적으로 하려고 하니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승인을 짚었다. 이어 "세계 10위 안에 든 선수를 처음 이겼다"면서 "이전에도 좋은 경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기지 못했지만 이날은 팀 매치였고, 국가 대항전이여서 간절했던 것 같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대표팀은 권순우의 승리에도 끝내 웃지 못했다. 1단식에서 홍성찬(467위·세종시청)이 배식 포스피실(141위)에 1 대 2(6-4 1-6 6-7<5-7>)로 분패했고, 3복식의 송민규(복식 223위·KDB산업은행)-남지성(복식 234위·세종시청)도 오제알리아심(복식 194위)-포스피실에 1 대 2(5-7 7-5 3-6)로 졌다.
종합 전적 1승 2패로 1패를 안았다. 한국은 데이비스컵 본선에서 아직 1승을 거두지 못했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앞선 3번의 본선에서는 1981년 뉴질랜드, 1987년 프랑스, 2008년 독일에 모두 졌다. 15년 만의 본선에서 1승에 도전했지만 역시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은 15일 세르비아, 18일 스페인과 격돌한다. 조 2위 이상을 해야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데 세르비아는 메이저 대회 21회 우승에 빛나는 노박 조코비치(7위), 스페인은 역대 최연소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19)가 버티고 있어 승리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