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여학생들이 "Woman, Life, Freedom"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해당 트위터 캡처'히잡 미착용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집회·시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란에서 열흘 넘게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앞서 이란의 쿠르드족 마을인 사케즈 출신의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에서 여성 복장 규정을 단속하는 이슬람의 도덕 경찰에 의해 "부적합한 복장"으로 체포된 뒤 갑자기 숨졌다. 당시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신체에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아미니의 장례식 직후 시작됐다.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있었던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대통령 선거 직후에 벌어졌다. 당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부정선거 시비속에 성급하게 승리를 선포해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상승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당시 이란 정부는 12일 동안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관련 트위터 캡처두 번째로 이번 시위는 계층, 지역, 민족을 망라한 각계각층이 동참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이번 시위에 여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며 관련 동영상과 사진 등을 게재했다.
가디언이 올린 영상을 보면 이란의 여학생들은 이란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교실 벽에서 떼어냈다.
다른 여학생들은 두 전·현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관련 트위터 캡처끝으로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대체로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대응하며 미국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군 행사 연설에서 히잡 시위와 관련해 몇 주간의 침묵을 깨고 "이번 폭동은 계획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 이번 시위가 이란을 불안정하게 만드려는 외국의 음모"라고 발언했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133명이 이번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