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 및 구청 소방 직원들이 클럽 합동 단속에 나서고 있다. 백담 기자"클럽에서 마약을 한다는 건 종종 들었어요. 기습으로 들이닥치지 않는 한 잡기 어려울걸요?"
7일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강남역 인근 골목은 클럽 및 주점을 찾으러 온 젊은 인파로 북적였다. 몇몇 클럽에는 약 50m가 넘는 줄이 이어졌다. 한 클럽 입구 앞에 있던 20대 초반 남성 A씨는 클럽 내에서 마약을 본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몇 번 보긴 했었다"며 "강남과 신사 쪽 (클럽)에서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아무도 모르게 기습으로 들이닥치지 않는 한 현장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사건' 등 마약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쯤까지 강남역 인근 클럽 4곳을 대상으로 마약·불법 촬영 등 단속을 벌였다. 해당 업소들은 기존에 마약을 한다는 신고가 접수된 곳으로 알려졌다.
이날 단속은 경찰과 구청·소방이 합동으로 진행했다. 경찰은 마약류 유통과 은닉 그리고 클럽 내 불법 촬영 기기가 설치돼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살폈다. 소방은 안전 사고 위험이 있는 시설 위주로 단속을 벌였다.
단속에 앞서 경찰 관계자는 "클럽 MD(영업직원)들이 마약을 거래한다는 첩보나 클럽 내에서 마약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온 곳들을 중점으로 단속할 예정이다"며 "마약이 암암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걸 잡기는 힘들다. 오늘 같은 날은 첩보를 통해 던지기 수법으로 물품 보관소 위 등 마약이 숨겨져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클럽 4곳을 순차적으로 돌며 화장실 내 쓰레기통에 마약류 관련 물품이 버려져 있는지, 던지기 장소로 의심되는 곳에 마약이 숨겨져 있는지 등을 살폈다.
7일 서울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찰이 클럽 화장실 내 불법 촬영 기기가 있는지 단속하고 있다. 자료= 서초경찰서 제공. 영상 캡쳐이외에도 경찰은 불법촬영금지가 적힌 스티커를 화장실 벽에 부착하고, 탐지기를 통해 불법 촬영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이날 단속에서는 마약 던지기 정황 혹은 투약 등은 적발되지 않았다. 몰래카메라 설치, 식품위생법 위반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의 클럽 이용객들은 "클럽 내 마약이 유통된다는 말을 들어봤다"고 답해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강남 클럽을 자주 찾는다는 20대 남성 B씨는 단속을 준비 중인 경찰을 보며 "저렇게 경찰복과 조끼를 입고 단속을 하면 마약사범을 어떻게 잡느냐"며 "긴급하게 들이닥치지 않는 이상 잡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마약을) 클럽에서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MD들이 돈 많은 사람들을 노려 마약을 제공하고 폭리를 취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찾은 20대 여성 C씨 또한 "클럽에서 마약을 한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아직까진 연예인이나 일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같다. 클럽을 다니면서 마약을 접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국민체감 2호 약속'으로 마약범죄 근절을 약속하는 등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섰다. 이에 경찰은 12월까지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