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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또 '재유행'?…"정점 낮다 속단 못해"

보건/의료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또 '재유행'?…"정점 낮다 속단 못해"

    핵심요약

    21~23일 확진자 연속반등…감염재생산지수 9주 만에 '1 이상'
    BA.5 검출 감소세…BQ.1 등 美유행 새 변이 우세화될 가능성
    방역 해제상황서 백신밖에 답 없는데…4차접종 40%대 정체
    '개량백신' 접종도 미미…당국, BA.5 백신 접종계획 26일 발표

    선별진료소. 황진환 기자선별진료소. 황진환 기자
    재유행 감소세가 계속되며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활동에 유리한 동절기 유행은 이미 예고된 부분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7차 유행'이 빨리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름철 재유행을 이끌었던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의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현재 미국에서 유행 중인 BQ.1 등 또다른 변이가 새로운 우세종으로 치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거리두기 등 방역 상 브레이크가 없는 환경과 저조한 추가접종률 등을 들어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 6256명으로 1주 전 일요일(16일·2만 1456명)보다 4800명 늘었다. 1만 명대였던 2주 전(9일·1만 7646명)과 비교하면 8610명 더 많았다.
     
    일일 확진자는 지난 21일(2만 4751명)부터 사흘 내리 전주 대비 반등세를 보였다. 당일 확진자는 14일(2만 3572명)에 비해 1179명 증가했고, 22일(2만 6906명)도 15일(2만 2832명)보다 4074명 늘었다. 1179명→4074명→4800명 등 상승 폭이 조금씩 커지는 양상이다.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신규 환자는 앞서 6차유행이 정점을 찍은 지난 8월 17일(18만 745명) 이후 매주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 사이 연휴 영향 등으로 일시적 등락을 보인 적은 있지만, 유의미한 추세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부는 재확산 여부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1일 "지속적으로 지금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는 양상이긴 하다"면서도 "반등세라기보다는 감소 추세가 주춤한 상태인데 그 폭이 조금 더 작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검사량 등과 연관된 지엽적 변화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 명의 확진자가 주변의 몇 사람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Rt)가 지난 16~20일 기준 '유행 확산'을 뜻하는 1 이상(1.09)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넷째 주(0.98)부터 이달 둘째 주(0.89)까지 1 미만을 유지한 지 9주 만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9월부터 10월 말 재반등 가능성을 얘기해왔다. 다시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차접종률 70%면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며 집단 면역을 이유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했던 게 작년 시월이다.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아마 BA.5 유행과 다음 유행 사이의 최저점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예상되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감소세가 완전히 바닥을 치게 되면 환자의 재증가가 수순이란 점에서 김 교수와 비슷한 판단이다.
     
    다만, 정 교수는 "유행의 정점과 규모를 예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A.5의 하위변이인 BF.7, BQ.1과 BQ.1.1 등 중에서 어떤 변이가 차기 주류로 부상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탓이다.
     
    기존 우세종의 세력권은 조금씩 줄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BA.5의 전체 검출률은 89.3%로 90%를 밑돌았다. 국내 감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전히 96.7%로 압도적이지만, 해외유입에서의 비율은 63.6%까지 떨어졌다.
     
    반면, BF.7의 검출률은 2주 사이 0.3%에서 1.8%로 배로 뛰었고, 지난달 말 1~2%대였던 BA.2.75(켄타우로스 변이)의 검출률도 3.3%로 올랐다. 해외유입 확진자 중 두 변이가 검출될 확률은 각각 6.6%, 12.9%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밖에 지난달 초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BQ.1은 총 11건(국내 5건·해외유입 6건), 지난 13일 유입사실이 파악된 BQ.1.1은 총 6건(국내 3건·해외유입 3건)이 검출된 상태다. 재조합 변이바이러스인 XBB는 누적 15건(국내 4건·해외유입 11건)으로 집계됐다.
     
    감시망에 잡힌 건수로는 미미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변이들의 감염자가 훨씬 더 많으리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입국 1일차 PCR(유전자 증폭) 검사의무 해제 등에 따라, 변이 감시가 현저히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입국 시 PCR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해외에서 들어오는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 유행 중인 BQ.1과 BQ.1.1, 또 유럽에 많은 BF.7 등 변이의 '춘추전국 시대'라 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새로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BF.7, BQ.1 또는 BQ.1.1 중에서는 후자의 우세종화가 조금 더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재훈 교수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우리나라에서 BF.7이 초기 증가를 가져오고, BQ.1과 BQ.1.1이 본격적인 재유행을 주도하리라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새 유행의 중심이 될 변이는 11월 초·중순쯤 급격히 점유율을 올려 12월~내년 3월 사이 정점에 도달하리란 게 정 교수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우리보다 '유행 시계'가 빠른 해외를 참고하면, 독일·프랑스·벨기에 등은 최근 5주 간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간 일평균으로 봤을 때 독일은 이달 초 4만 9천 명대였다가 지난 22일 기준 8만 명대를 기록 중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말 3만 명대에서 5만 명대까지 상승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극적인 반등세는 없지만, BQ.1 및 BQ.1.1의 점유율이 매주 '더블링'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도 한국처럼 미검사자가 많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의 2배 이상 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겨울철 재유행의 정점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정 교수는 "BQ.1이나 BQ.1.1의 미국 자료로 볼 때, 지난번 BA.5 재유행의 규모보다 유행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다"며 "정점까지 도달하는 시기는 급격한 우세종이 등장하고 나서 4~6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기초접종(2차접종) 등을 통해 전 국민이 어느 정도 중증을 예방하는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에 반해 김 교수는 "(유행규모가) 클지 작을지는 백신 접종 등 우리의 현재 대처에 달린 것"이라며 6차유행보다 안전할 거라는 속단은 위험하다고 봤다.
     
    문제는 재유행 시 발생규모를 줄일 수 있는 브레이크 장치가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4차접종과 '개량 백신'의 접종률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를 안할 것 같으면 예방접종의 필요성 강조는 물론 최소한 실내마스크는 풀지 않겠다는 지침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조만간이라도 해제할 것처럼 엉뚱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4차접종자는 누적 751만 1472명으로 전체 인구의 17.0%, 대상자 대비 38.0%다. 감염될 경우 중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접종자는 603만 8785명이 접종을 마쳤는데 전체 대상자의 절반이 채 안 된다(48.9%).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원조 오미크론인 BA.1 기반으로 제조된 모더나 2가백신은 모든 대상자의 1.3%(49만 3806명), 60세 이상 고령층의 4.1%(46만 9654명)만이 접종을 받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접종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결과물로 보여줘야 하는데 동기부여를 위한 아무 전략도, 계획도 없다"며 "백신을 맞아달라고 하는 말뿐 절박함이 없지 않나. 장관 등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고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오는 26일 코로나19 동절기 예방접종 확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BA.4, BA.5 등을 겨냥한 화이자 2가백신의 접종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은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김 교수는 "BF.7이든 BQ.1이든 면역회피력이 강해 접종을 하고도 돌파감염, 재감염이 될 수 있지만 백신은 여전히 중증·사망 관리를 위한 최선"이라며 "백신 종류가 많아지고 일정도 복잡하다 보니 어떤 백신을 언제 맞아야 하는지도 헷갈려 하는 국민이 많다. 현 시점에서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이유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반복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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