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윤석열차' 때문에 한국에서 때아닌 관심을 받은 만평이 있다. 바로 '영국총리 열차'이다.
해당 만평에는 2019년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얼굴을 한 기차가 등장하고 기차 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석탄을 넣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만평은 영국 일간 '더 선(THE SUN)'에 실린 것으로,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하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석열차'가 한국에서 표절 논란이 일자 '영국총리 열차'를 그린 스티브 브라이트 작가는 "내 만평이 (한국의) 학생으로 하여금 유사한 장치를 사용하도록 영감을 주었다면 놀랄 일이며 나를 우쭐하게 한다"며 "하지만 이는 표절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 풍자의 경우 굳이 표절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는, 보다 더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강조하는 뉘앙스였다.
더선 캡처영국의 정치 풍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수위일까.
"발니바르비 왕국의 정치기관은 특이한 아이디어를 냈다. 각 정당에서 100명의 지도자를 뽑은 뒤 2명의 훌륭한 의사로 하여금 이들의 머리를 반으로 잘라 각기 반대편 정당 지도자의 머리에 붙이자는 제안을 했다. 하나의 두개골 속에서 논쟁을 하면 서로 잘 이해하고 조화와 중용을 찾게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다." 영국의 풍자작가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에 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문장으로, 당시 영국 토리당과 휘그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매일 싸우자 이를 비꼰 것이다.
다음 글도 보자.
"그날 아침 영리하지만 전혀 심오하지는 않은 짐 샘스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거대 생물체로 변신해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한 대목 같지만 번지수는 틀렸다.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바퀴벌레'에 나오는 대목으로 '짐 샘스'는 인간이 아니라 바퀴벌레이고 '거대 생물체'가 바로 인간이다.
소설 '바퀴벌레'는 어느날 인간, 그 중에서도 영국의 총리로 살게 된 주인공 짐 샘스를 통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트러스 총리가 등장한 뉴스 장면에 양상추를 합성한 사진. 관련 트위터 캡처'44일 최단임 총리'로 기억될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양상추에 빗대기도 했다.
트러스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처의 별명은 '철의 여인'(Iron Lady)이었기에 트러스를 'Iceberg Lady'(빙산의 여인)라고 부르는 언론도 생겨났다.
그런데 'Iceberg Liz Truss'를 발음하다 보면 'Iceberg Lettuce'(아이스버그 양상추)처럼 들리기도 한다. 'Iceberg Lettuce'는 잎이 공처럼 단단히 말려 있는 상추인데 여기에 금발 가발을 씌워 트러스 총리와 비교한 것이다.
한 언론은 실제 양상추가 먼저 시드는지 아니면 트러스 총리가 먼저 그만두는지 내기 아닌 내기를 걸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캡처결국 트러스가 44일만에 백기를 들자 "양상추가 트러스를 이겼다(The Lettuce Outlasts Liz Truss)"는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이처럼 현 권력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비판하는 영국의 정치 풍자는 성역과 표현의 한계가 없다고 할만큼 과감하다.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수준이어서 당사자는 굉징히 기분이 나쁘겠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발끈하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랬다가는 더 적나라한 풍자와 조롱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국 총리에 오른 리시 수낙에게 어떤 풍자가 나올까. 야당보다 턱없이 낮은 보수당의 지지율을 보면 그도 언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벌써부터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젊고 똑똑한 인도계 첫 비(非)백인 총리라고 해서 피해나갈 방도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