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조상준 기조실장은 국감 시작 전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2연합뉴스국가정보원은 26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첩보 삭제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원장 전에는 삭제 지시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의 갑작스러운 면직 이유가 비리 혹은 음주가 아니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정원 국정감사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국정원장이 임의 삭제가 가능하지만 이전까지 국정원장이 그런 지시를 내린 바는 없었다고 (국정원 측에서) 답변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국정원에는 두 가지 서버가 있다. 첩보를 저장하거나 배포하는 서버가 하나 있고 국정원 메인 서버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메인서버는 첩보 보고서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첩보를 저장하거나 배포하는 서버에서는 자료 삭제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원 중간발표에 나와 있는 46개 보고서 삭제와 관련해 국정원장이 임의로 삭제할 수 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담당 국장이 박 전 원장 지시 이전에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국정원장으로부터 직접적인 첩보 삭제 지시는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고 부연했다.
또 조 전 실장 면직과 관련해 윤 의원은 "조 전 실장이 비리로 사의 표명한 것인지 물었을 때 '모른다'고 답했다"며 "음주 관련이냐고 물었을 때도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장과의 인사 갈등 때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인사 갈등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조 전 실장은 임명 4개월여 만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곧장 사표를 수리했다. 공식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국정원과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가 당시 착용했던 구명조끼와 관련된 보고도 했다. 당시 이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혀 있었는데, 이를 두고 어선에 의해 구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 의원은 "구명조끼에 간체자가 쓰여 있었는데 그와 같은 구명조끼는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국정원장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씨 주변에 중국 어선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국정원은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삭감 논란을 빚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동향을 당초 미 의회 통과 전 우리나라 관련 부처에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오후에 정정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은 사전 동향을 8월 12일 파악했는데 8월 15일 광복절 연휴가 있어 실제 관련 부처에서는 (통과 뒤인) 8월 16일 동향 자료를 배포했다고 국정원이 수정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