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허용하는 등 규제 개선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규제 개선으로 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이겠지만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세제 개선과 강남 등 핵심지역을 제외한 전향적인 규제지역 해제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분양가 12억 아파트도 대출 가능…실수요자 LTV 50%·15억 집 사도 대출
27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거래 위축과 과도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과 주거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주택 처분조건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보증 확대 △규제지역 추가해제 검토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는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기존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가능일 이후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해야하고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당첨이 취소된다. 하지만 이날 기준 처분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수분양자를 포함해 앞으로는 기존주택 처분기한이 입주가능일 이후 2년으로 연장된다.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도 허용된다. 현재는 규제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중도금 대출 보증이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돼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경우 사실상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1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능해져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39곳, 조정대상지역 60곳으로 지정된 규제지역도 추가 해제가 이뤄진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LTV)는 보유주택 숫자와 규제지역, 주택가격별로 다르게 적용되는에 앞으로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기존주택 처분조건을 건 1주택에 대해 다른 조건없이 LTV 50%가 단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다주택자는 현행 대출규제가 유지된다. 현재 다주택자는 비규제지역에 대해 LTV 60%가 적용되고, 규제지역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대출이 불가능했던 15억원 초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도 허용된다. 현재는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담대가 금지됐지만 앞으로는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 처분조건을 건 1주택자에 대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한다.
"분양시장·고가주택시장 다소 숨통 트일 것"…"분위기 반전은 어려워"
연합뉴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에서는 "분양 시장과 고가 주택 시장 거래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 만큼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허용으로 사실상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수도권 고가주택의 여신규제 허들이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수요자에 대한 LTV를 완화하더라도 DSR규제가 남아있고 금리인상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LTV완화에 따른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11억원)은 다르긴 하지만 양도소득세 산정기준 등 대부분의 고가주택 기준이 12억원인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규제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경착륙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반전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부분적인 방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거래 활성화는 취득세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 개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지역 추가해제 가능성과 대출 규제 완화는 시장 연착륙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의 냉각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서울 강남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규제지역을 초기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규제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했더라면 경착륙이 우려되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부담이 경감됐을 여지도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부동산 규제 정상화의 타이밍이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