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실종자 접수를 마친 가족과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경찰에서는 여기로 가라고 하고, 이리로 오면 저기로 가라고 하고, 계속 토스(전달)만 시키고. 방금 경찰한테 전화했는데 부상자 명단 업데이트가 잘 안된대. 이런 X같은 경우가 어디있냐고?"
이태원 압사 참사의 실종자 신고를 받는 한남동 주민센터 3층에는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부터 연락이 끊긴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이들의 다급한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밤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넓지 않은 주민센터 3층은 천당과 지옥이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실종 신고를 하러 왔다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들은 희망의 끈이 끊기자 대성통곡하며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밤새 연락이 닿지 않다가 새벽3시에 경찰 연락을 받고 주민센터를 찾았던 박모씨는 외동딸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고 실신해 구급대에 실려나갔다.
애타는 심정으로 접수를 기다리다 실종됐던 가족과 연락이 닿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민센터를 나서는 이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 이모씨는 "직업군인인 아들이 어제 뒷풀이 간다고 알린 이후로 연락이 안됐는데, 부대에서 아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연락이 와서 실종신고했다"며 "다행히 아침에 다른데 있었다는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실종자 접수를 마친 가족과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가족이나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에겐 극도로 초조한 시간이 이어졌다.
오전 일찍 접수처를 찾은 한 남성은 "어제 이태원에 함께 왔다가 헤어진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며 "밤새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은 현장 직원이 "저희도 확인해드리고 싶지만 받은 명단이 아직 이것밖에 없다"고 말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직접 찾아 나서겠다며 사상자들이 이송된 병원 명단이라도 알려달라며 하소연해 접수처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은 사상자가 병원 30여 곳에 분산 이송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다려달라는 직원의 요청에는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중년 여성은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20대 대학원생 딸이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 된다"며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실종자 접수를 마친 가족과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오후부터 사상자 신원이 속속 확인되면서 주민센터 직원들이 사상자가 옮겨진 병원으로 가족을 안내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의 경우 대기 중인 실종자 가족들에 양해를 구하고 시신 사진을 보여주고 신원을 확인토록 했다.
접수처 관계자는 "실종자 상태를 파악하고 기진맥진하거나 탈진하는 분들이 계셔서 경찰과 소방이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대부분의 실종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가족들은 '170cm, 검은 머리', '짧은 머리에 마른 편이다. 손목에 문신이 있다' 등 인상착의를 알려주며 애타게 생존 소식을 기다렸다.
오후 무렵 실종된 딸을 찾으러 부인과 함께 주민센터로 온 남성은 "부상자 명단은 왜 확인이 안 되느냐. 부상자 중 신원이 파악이 안 된 사람은 몇 명이냐"며 "병원마다 (사상자) 명단이 있으면 빨리 조치가 될 거 아니냐. 세월호랑 똑같지 않으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실종 접수는 총 3918건(중복 접수 포함)이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 02-2199-8660, 8664~8678, 5165~5168 등 20개 회선과 120 다산콜센터로 전화 신청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