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조문객이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최범규 기자"이태원 핼러윈 축제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돌아오지 못할 줄이야."
31일 오후 충청북도청 민원실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한 젊은 남성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자신을 이태원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20대 청년의 친구라고 밝힌 A씨는 묵념으로 애도를 표한 뒤 조심스럽게 국화꽃 한 송이를 내려놓고는 분향소를 나섰다.
A씨는 "친구와 이번 핼러윈 행사에 같이 가기로 했었다"며 "함께 가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충북에 연고를 둔 20대 2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청주시 용암동이 주소지인 B(21)씨가 지난 29일 밤 이태원을 찾았다가 숨졌다. 그는 군 장병으로, 휴가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은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진천군에 사는 C(23)씨도 같은 날 이태원 행사에서 부상을 당해 분당 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각지에서는 참사의 슬픔을 함께하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간부 공무원들은 이날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일제히 분향을 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른 아침부터 도민들의 조문 발길도 드물지만 내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것처럼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청주시민 김모(21·여)씨는 "다들 시험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러 갔을 것"이라며 "내 친구들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착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유모(71)씨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고 우울하다"며 슬퍼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충청북도를 비롯해 도내 각 시·군은 정부 방침에 따라 국가애도기간인 다음 달 5일까지 지역별 축제나 행사를 줄줄이 보류했다.
청주 성안길과 증평 에듀팜 특구 관광단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지역 핼러윈 행사는 이번 참사로 모두 취소됐다.
괴산군은 다음 달 4일 예정된 김장축제를 전면 취소했고, 보은군과 옥천군 등 다른 시·군 역시 각종 지역 행사와 체육대회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충북교육청은 애도기간 동안 조기 게양과 함께 각종 행사, 회식을 자제하는 한편 교육 활동 때 더욱 철저한 사전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현재까지 모두 15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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