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연합뉴스'이태원 참사'로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 상황 속에서 수습과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대한 리더십이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이 되면서 윤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확대 주례회동을 했다. 원래 매주 월요일은 한 총리와 단 둘이 주례 회동을 하면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데, 이날은 관련 부처 장관까지 불러 한 차원 높게 회동을 진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 이를 토대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고와 같이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사고 예방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꽃다운 나이에 많은 젊은이들이 미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비극을 당해 너무 비통하다"는 심경을 전하면서 "장례 지원과 부상자 의료 지원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는 행사라고 해도 지자체 판단으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위한 차량이나 인원 통제를 경찰에 협조 요청할 수 있고, 경찰도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에 통보하고 긴급 통제 조치를 하는 내용을 앞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동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정부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묵념을 하기도 했다. 별다른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부상자를 생각하면 사실 어떠한 말도 꺼내기가 어렵다"면서 "메시지는 절제하고, 사고 수습과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오는 5일까지 지정한 애도 기간 중에는 외교 일정 외 별다른 외부 일정을 소화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윤 대통령의 애도 행보와 사고 수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이진복 정무·강승규 시민사회·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안상훈 사회수석 등 대통령실 주요 수석과 비서관급 참모진 등도 윤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조문에 함께 했다.
또 대통령실의 모든 직원들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거나 녹색 혹은 노란색 민방위 자켓을 입고 근무 중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모두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행보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부터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구급과 치료, 엠률런스 이동로 확보 등을 지시하고, 다음날 새벽까지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우로 서울 강남 등지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 자택에서 관련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난 수습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됐다. 당시 304명이나 사망 혹은 실종되면서 구조·구급 활동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 문제는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청구 내용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평소 말하는 것처럼 재난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서 "대통령과 참모들 역시 차분한 분위기에서 관련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155명이 숨지고 152명이 부상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 중에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