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6시쯤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가 추모 인파로 붐비고 있다. 양형욱 기자'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31일 밤 일과를 마친 추모객들이 줄줄이 분향소에 도착하면서 슬픔의 공간은 더욱 분주해졌다. 직장인부터 아이들까지 직장과 학교를 마치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에선 고단함만큼 슬픔도 묻어 있었다.
이날 오후 7시쯤 퇴근 시간대가 되자 녹사평역 공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의 분향 대기 줄은 길게 늘어섰다. 분향소를 지키는 경찰은 "5분 사이 줄이 길어졌다"며 "퇴근 시간 이후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30분쯤 지난 뒤에도 분향소 대기줄은 크게 줄지 않고 이어졌다.
31일 오후 7시쯤 녹사평역 공원을 찾은 추모객들로 분향소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양형욱 기자직장인 김승수(26세)씨는 "일부러 일찍 퇴근해서 왔다"며 "이태원에 분향소가 마련됐다고 하길래 추모할 겸 왔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모(15세)양도 학교에선 "자기들끼리 놀다가 그런 건데 애도해야 하냐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추모를) 하니까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주로 검은색 옷을 입어 희생자들을 향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패딩, 코트, 가죽점퍼 등 옷차림은 각양각색이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꽃다발, 소주, 맥주 등을 준비해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분향소 바닥엔 시민들이 준비한 추모 물품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추모 공간에 휴지와 방명록을 적을 수 있는 펜과 노트가 놓여져 있다. 양형욱 기자참사의 현장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추모 공간도 시민들로 북적였다. 인파로 인도가 막히면서 경찰은 통행로를 확보하려고 연신 "비켜주세요"를 외쳤다. 추모를 마친 시민들이 떠나도 새로운 추모객들이 현장을 찾으면서 지하철역 일대는 시민들로 붐볐다.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는 진행됐다. 시민들은 "어떡해"라며 연신 탄식을 내뱉었고, 일부 시민들의 충혈된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흐르는 모습도 보였다. 향을 피우고 추모하는 시민들도 있어 현장에 매캐한 향이 퍼졌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추모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눈물을 흘리던 김소영(50세)씨는 "그날 밤은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끔찍하고 이게 사실인가"라고 비통함을 표했다. 젊은 시절 파티를 좋아했다던 김씨는 "이태원은 많이 다녔던 동네"라며 "어린 10대, 20대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고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뉴질랜드 교포 김기원(34세)씨는 애인과 함께 추모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그걸로 어떻게 사람이 죽지 이렇게 생각했다"며 "상업 재해나 화재가 난 줄 알았다"고 그날의 충격을 얘기했다. 이어 "다음날 여자친구는 (사고 현장을) 다녀왔다"며 "(이번 사고는) 이상하고 다 그렇게 느끼지 않겠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입구에 시민들의 추모 글귀가 적힌 종이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대학생 박지현(24세)씨는 "누군가에게 가족이자 친구이자 소중한 사람들이었을 분들이 단순히 하루 재밌게 놀아보자고 왔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CPR을 기본적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상황에 있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