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0월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무역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역적자 속에서도 수출이 증가하던 기존과는 달리 수출마저 감소하는 양상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5.7% 감소한 524.8억달러, 수입은 9.9% 증가한 591.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했던 수출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반전됐으며 무역수지는 67.0억달러로 7개월째 적자행진을 벌였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화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이다. 1~10월 무역적자 누계는 356억달러에 이른다.
품목별로 보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은 8월 -7.8%, 9월 -5.7%에 이어 10월 -17.4%로 석 달 연속 역성장을 했다.
반도체 수출의 이같은 감소세는 수요 약화와 재고누적 등에 영향을 받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제품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10월 17일 기준 D램(8GB) 현물가는 연초 대비 32.8% 하락한 2.44달러, 낸드플래시 현물가는 연초 대비 12.4% 떨어진 6.57달러였다.
이에 따라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같은달 대비 3.2% 증가한 77.9억달러를 수출했던 메모리반도체는 10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달 대비 35.7% 급감한 44.7억달러였다.
이런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6월 41.8억달러, 7월 46.9억달러, 8월 46.6억달러, 9월 45.1억달러, 10월 43.8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 수출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무역적자를 확대하는데 일조했다. 중국에 대한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5.7% 감소한 121.6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28.2억달러(-23.3%), 석유화학이 13.3억달러(-20.5%), 디스플레이는 3.8억달러(25.0%), 철강은 2.9억달러(-4.9%)였다.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버용 반도체 수요 감소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 휴대전화 패널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10월 수입은 134.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최대 수출 품목과 최대 수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무역적자 규모를 더욱 키웠다.
10월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액은 155.3억달러로 지난해 10월 수입액 109.3억달러 대비 42.1% 증가했다.
또 올해 1~10월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액 158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6.1억달러 증가했다. 올해 1~10월 에너지 수입 증가액이 같은 기간 무역적자 356억달러 대비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수입액 증가는 겨울철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조기 물량 확보와 함께 에너지원 자체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유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10월 배럴당 81.61달러에서 올해 10월 91.16달러, 액화천연가스(LNG)는 지난해 10월 MMbtu(열량단위)당 19.02달러에서 올해 10월 53.38달러로 올랐다. 석탄은 호주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톤당 240.47달러에서 올해 10월에는 388.54달러로 인상됐다.
이같이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교역랑이 지난해 대비 3.5% 증가하고 내년에는 세계교역량이 올해보다 1.0%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주요 기관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을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라고 지목하고 올해 무역적자 규모를 480.0억달러라고 예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