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엘(L) 성착취 사건' 유력 용의자 A씨(빨간 원)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제공디지털 성범죄인 '엘(L) 성착취 사건' 유력 용의자 A씨가 호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와 함께 피해자를 유인·협박한 공범 15명을 포함해 범죄 가담자 총 25명을 검거했으며 이중 6명이 구속됐다.
서울경찰청은 호주 경찰과 현지 합동수사를 벌여 지난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2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말경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아동·청소년 9명을 협박해 알몸이나 성착취 장면을 촬영하고 1200여 개에 달하는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8월 최초 보도 시점에 '엘'이라는 가칭으로 알려졌는데, 다양한 대화방에서 여러 계정 및 아이디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특정한 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했고, 호주 경찰과 합동으로 '인버록'(합동 작전명) 작전을 펼쳤다. 호주 경찰 AFD(아동보호팀)는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 참여 하에 시드니 교외에 있는 A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A씨를 체포해 구금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했는데, 1대는 초기화됐으나 나머지 1대엔 피해 영상과 사진이 다수 남아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휴대전화에서는 인터넷에 유포되지 않은 피해 영상과 마지막 피해자와 연결된 텔레그램 계정도 확인돼 경찰은 A씨를 주범으로 특정했다.
호주 경찰과 공조해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서울경찰청 수사관. 서울경찰청 제공경찰은 이번 사건이 'n번방' 사건과 달리 피의자들의 금전적 수익이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목적의 범행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추정한다"면서 "범행 동기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또 경찰은 A씨와 함께 피해자를 유인, 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15명을 검거해 13명을 송치(구속 3명)했고 나머지 2명은 수사 중이다. A씨가 제작한 영상을 판매, 유포, 소지, 시청하거나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람 등 10명도 추가 검거돼 8명을 송치(구속 3명)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공범들은 A씨와 직접 만나지 않고 텔레그램을 통해 소통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는 한국 경찰에 (A씨) 신병을 인도받고 확인해야 알 수 있다"면서 "범죄 수행의 공동 목적이 있었는지, 통솔 체제가 갖춰졌는지가 주요 부분인데 현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텔레그램사의 협조와 관련, "텔레그램사로부터 (협조) 요청에 대해 회신받은 건 없다"면서 "인터넷상에 남겨진 모든 흔적들을 우리 수사팀들이 하나씩 찾고 그 과정에서 140여 차례의 압수수색 영장을 해외 기관에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수사과 사이버수사2대장 윤영준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엘 성착취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청은 호주 경찰과 계속 공조해 A씨의 여죄를 명확히 한 후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한국으로의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찰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호주 측은 호주에서 저지른 범죄라 직접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호주 경찰에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와 기소가 되는 가운데 우리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동시에 진행된다"면서 "송환 시점은 유동적이라 현재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호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기계 암호를 풀라는 영장 집행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아동 성착취 피해자들의 신원을 추가 확인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분석하는 등 한국 측 수사기록을 토대로 호주 경찰이 A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수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피해자 지원 조치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유포된 영상 삭제 지원, 법률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진행했으며 성착취물 629건 유포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검거 사례는 한국 경찰이 호주 경찰의 협조 하에 호주에 파견돼 범인 검거에 기여한 최초 사례로, 앞으로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가 척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므로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경찰 또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