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해 제기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민주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 당 안팎에서 김 의원의 대변인직 사퇴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여당과 공세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尹,김앤장 변호사들과 술자리" 의혹 거짓으로 밝혀져…사퇴 압박↑
수위 높은 대여공세를 펴던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김의겸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현장을 목격했다는 첼리스트 A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했는데, A씨가 23일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김 의원이 구설수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일 주한유럽연합(EU) 대사가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 발언을 왜곡해 기자들에게 전달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 의원은 당시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대사 측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항의한 것. 이후 김 의원은 대사 측에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대변인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청담동 술자리가 청담동 '뻥'자리가 됐다"며 "한마디 말이 거짓말이면 나머지 천 마디 말도 거짓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공당의 대변인이 한 번도 아니고 몇 차례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데 왜 대변인으로 그대로 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힐난했다.
야권에서도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경민 민주당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같은 기자 선배로서 좀 나무라고 싶다.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며 "대변인이 신뢰를 잃으면 정당이 신뢰를 잃는 것이다. 의원을 그만두라고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대변인 정도는 본인이 물러나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극성 팬덤이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혐오정치와 결별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변인은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를 위해 펼치는 마구잡이식 폭로를 대변인이 가져오면서 야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불똥은 당 지도부에게도 튀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할 당시 지도부에서는 진실규명 전담팀 구성까지 제안하며 거들었기 때문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할 수 있다"며 부채질을 했고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뒷받침되지도 않았는데 지도부가 한 의원의 의혹제기에 이렇게 휩쓸리는 게 말이 되나"라며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지도부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퇴 가능성 '미지수'…장경태 '김건희 의혹' 제기도 불안의 눈초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의겸 의원. 윤창원 기자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김 의원이 대변인직에서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유감 표명 당시 "국정 관련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다시 그 날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같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결심이 선다면 김 의원은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는 관련해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또 당내에서는 김 의원의 의혹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대변인직 사퇴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고려하면 김 의원 사퇴를 계기로 더욱 거센 공세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사퇴할 경우 여당과의 전선에서 밀리는 것이기 때문에 버텨야 한다고 본다"며 "당 내부에서도 친명계인 김 의원이 자리를 물러나면 이를 빌미로 비명계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 의원도 "김 의원의 다음 총선을 고려하면 지금 대변인직 사퇴가 치명적일 수 있다"며 "김 의원 본인도 총선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이 대표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의원 사건을 계기로 최근 장경태 의원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제기에도 불안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이 있다. 장 의원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심장질환 환아와 촬영한 것을 두고 조명을 활용해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장 의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캄보디아 현지에 사람을 보낸 상태다. 당 지도부 공개적인 의혹제기는 자제하고 관망하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의혹을 제기할 순 있지만 혹여 또 가짜뉴스라고 판명 날 경우 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