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화물연대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극한 대립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건지. 정말 불법이 맞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조태임 > 네, 뜨거운 주제를 갖고 오셨어요. 대통령을 비롯해 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라든지 정부 관료들 대부분 불법을 전제하고 얘기를 하는 느낌이긴 해요. 우선 책임있는 관련자들의 발언을 정리해 볼게요.
◆ 선정수 >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말입니다.
윤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에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정상 운행에 참여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입니다.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조태임 >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했죠.
◆ 선정수 > 추 부총리는 29일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국가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시멘트 분야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였습니다. 특히, 동참하지 않는 운송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 불참 운전자를 공격하는 불법 행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태임 > 화물운송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어떤가요?
◆ 선정수 > 원희룡 장관은 29일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집단적인 힘의 행사와 초법적인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는 고리를 끊어야 될 때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임 >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국토부장관의 발언을 봐도 그렇고, 대응 수위도 점점 세지고 있어요. 강대강으로 치닫는 형국이라 화물연대와는 대화나 협상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 선정수 >그렇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는 의지는 굉장히 희박해 보이고요. 양쪽 모두 상대방을 꺾어 놓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역시 칼자루는 공권력을 갖고 있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요. 밀리면 정권퇴진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절박감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조태임 > 그런데 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이라고 하는 걸까요? 노조의 파업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거 아닌가요?
◆ 선정수 > 일단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가 쓰고 있는 용어부터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정부는 파업 대신 집단운송거부라는 말을 씁니다. ◇조태임 > 그건 왜 그런 걸까요?
◆ 선정수 >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보통 자기 소유의 차를 운전하면서 화물 운송을 하거든요. 그래서 정부는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봅니다. 노동자와 개인사업자의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고 해서 특수고용형태노동자라고도 하는데요. 그래서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화물차 기사들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거죠.
◇조태임 > 그래서 파업이라고 안 부르고 집단운송거부라고 하는군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거네요. 정부의 대응 방식도 예전의 파업과는 좀 다른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예전 주요 파업 사례에서 정부는 쟁의행위가 법적 절차를 거쳤는지, 정치 파업에 해당하는지, 사업장 점거 또는 폭력행위를 수반하는지 등을 따져 불법 여부를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애초에 노사관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전례없는 해법을 동원하는 겁니다. ◇조태임 > 업무개시명령, 즉 일을 하라는 명령인데요. 좀 이상한 게…그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고 하면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업무개시명령이 대체 뭔지 좀 알아볼까요
24일 오전 부산신항 앞에서 화물연대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본부 제공 ◆ 선정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근거 조항입니다.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개정 2013. 3. 23.>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개정 2013. 3. 23.>
③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신설 2013. 5. 22.>
④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개정 2013. 5. 22.> 이렇게 4가지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조태임 > 법 조항이 굉장히 모호합니다.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부 장관이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상당한 이유' 이런 판단을 할 기준이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법률 및 하위 법령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정부가 판단하게 돼 있는 거죠. 이 명령을 받은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명령을 거부하면 화물운송 종사자격이 취소됩니다. 자격 취소 뒤 2년 동안은 재취득할 수도 없기 때문에 화물차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죠. ◇조태임 >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또 나옵니다. 이건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요?
◆ 선정수 > 몸이 아파서, 화물차를 운전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서, 격무에 시달려서 번아웃이 왔기 때문, 등등 많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권력 관계로는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걸로 보입니다. 혹시 행정소송으로 가게 되면 법원이 '정당한 사유'를 판가름하겠죠.
대전민중의힘 제공 ◇조태임 >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강제노동금지'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선정수 >네. 쉽게 얘기하면 자영업자가 영업을 하든 말든 자유의지인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소유주가 운송을 안하겠다는 것을 국가가 강제로 운송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겁니다.
노동자들도 자유의사에 반해 근로를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요.
◇조태임 > 뭔가 법 체계에도 맞지 않는데… 이 '업무개시명령'이 어떻게 도입 된 건지 궁금해요.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22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놀란 정부가 정부발의로 내놓은 개정안에 업무개시명령 관련 조항이 들어있었습니다. 다른 4개의 의원발의 법안과 합쳐져 이날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본회의 통과전 상임위(건설교통위원회)에서 서상섭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태임 >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이 됐던 것이고요. 그런데, 2004년 개정안 처리 이후 화물차 기사에 대한 '업무 개시명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동한 건데요. 화물연대 파업 또는 운송거부 전체를 불법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선정수 > 국토교통부가 매일 두 차례씩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참고자료를 보면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물리력 행사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화물차를 이용한 항만 봉쇄, 비조합원 등 대체 수송 차량에 대한 폭력 행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29일 국토부 자료를 보면 "단양 시멘트공장, 판교 송유관센터 등에서 일부 운송방해 행위가 신고되었으나, 경찰에서 즉시 조치"라고만 언급돼 있습니다. 비조합원 차량에 쇠구슬이 날아들었다는 사례가 신고됐고, 차량 앞유리에 라이터를 던졌다는 사례 등이 보고되긴 했습니다.
29일 부산 강서경찰서는 주행 중인 화물차에 쇠구슬이 날아든 사건과 관련해 화물연대 부산지부를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화물차에 날아든 쇠구슬. 부산경찰청 제공 ◇조태임 > 그런데,, 화물연대가 이번에 왜 파업을 하게 된 거에요? 파업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한 번 짚어볼까요?
◆ 선정수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한 달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지난 6월 총파업 때 정부와 여야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논의 등을 합의하고 국회 하반기 원구성 직후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했고,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연장만을 제시했고, 품목 확대는 논의 불가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에 화물연대는 10월 22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고 파업을 선택한 겁니다
. 물류 차질이 사회 재난이라면 재난을 초래한 책임은 정부와 국회가 나눠져야 하는 겁니다. ◇조태임 > 정부는 안전운임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걸로 전해지는데요.
◆ 선정수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안전운임제 일몰 여부 뿐 아니라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제도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문제제기와 검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지속된다면 안전운임제 폐지 카드도 검토한다는 의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첫 날인 지난달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긴급 현장상황회의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조태임 >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에게 최저임금 같은 것 아닌가요? '지나치게 낮은 운임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고 그래서 졸음 운전 같은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이걸 막아보자고 도입했던 거잖아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이 제도는 올해까지 시행되고 종료되도록 일몰시한이 정해져 있었는데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이걸 지속시키고 품목을 확대하는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을 한 거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태도를 바꾼 겁니다.
◇조태임 >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를 비판하고 있어요.
◆ 선정수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비판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특히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습니다
.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이 법을 만든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들이 주도해서 만든 법 아닙니까.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고 바꾸든지 해야죠.
◇조태임 >모쪼록 화물차 기사들과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 선정수 >정부는 이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사회재난이다 물류가 마비된다. 국가 경제가 초토화된다'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이걸 바꿔서 말하면 이 화물차 기사분들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는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최저임금 챙겨주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이 정도로 물류가 마비되고 국가경제가 초토화될 정도라면 총파업이 예고됐던 지난 한달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제는 값싼 노동으로 이윤을 극대화했던 시대는 지났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걸 정부와 자본도 인정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태임 > 노동계 이슈들이 정부와 노동계가 계속 강대강으로 맞붙는 모습인데요. 어느 한쪽을 압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임시로 막을 뿐인데요. 현명하게 절충점을 잘 찾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선정수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