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관리사의 일기장. 폭행을 한 A조교사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다. 박모 기수의 극단 선택에 대한 내용도 짤막하게 나온다. 독자 제공과거 극단적 선택을 한 여자 기수가 남긴 유서에 폭언을 했다고 지목된 데다 말 관리사를 때리고 마주들에게는 과도한 금품을 요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 조교사가 경마계에서 최고로 예우하는 영예조교사에 단독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마사회는 때마침 올해 처음으로 영예조교사에 대해서는 정년 연장 혜택을 담은 사내 규정을 만들려고 해 해당 조교사를 위한 특혜 제공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0년 3월 경남 김해 한 아파트에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여자 기수 박모(20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가 남긴 유서에는 경마계에 대한 불신과 A조교사의 폭언과 부당한 지시에 대한 분노 등이 담겨 있었다. 박 씨뿐 아니라 기수와 여러 말 관리사도 A조교사에게서 폭행과 잦은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한 말관리사의 일기장에는 "A조교사한테 얼굴을 맞았다. 살아오는 동안 부모님한테도 맞지 않은 일을 당하고 말았다"고 적혀있었다.
A조교사 행패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8년에는 말을 계약해서 빌려주는 마주들에게 우승이나 좋은 성적을 대가로 과도한 격려금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됨에 따라 경찰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행 한국마사회법은 조교사 등이 업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조교사에게 수억 원이 오갔지만 결국 마주들이 자발적으로 지급해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 사내 규정 개정 관련 문건. 영예조교사 선정자 중 면허보유자는 최대 3년 정년 연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독자 제공A조교사가 이처럼 여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경마계에서 퇴출되지 않고 수년간 승승장구하다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가 그의 조교사 면허 종료 시점(만63세)으로 알려졌는데, 경마계에서는 관례에 따라 해당 시점을 정년으로 보고 퇴직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런데 A조교사는 최근 한국마사회가 경마계에서 최고로 예우하는 영예조교사 단독 후보로 올라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 영예조교사 선정자는 정년 3년을 연장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마사회가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는 앞서 지난 10월 말 올해 영예조교사 등 선발 계획 공고문을 냈다. 이달 초까지 경력 15년 이상 등의 자격 조건으로 1차 평가, 고객·심판·동료 등으로부터 2차 정성 평가, 오는 15일(원래 14일) 3차 심사위원회 면접 평가를 거친 뒤 오는 18일 최종 선정자가 발표된다는 내용이었다. 마사회는 이 과정에서 A조교사만 유일하게 단독 후보로 올려 곧 3차 면접 평가를 진행한다. 마사회는 서울·제주·부산경남에는 수십 명의 조교사가 있지만 그 중 A조교사만 성적 등에서 영예조교사 자격 조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캡처지난 2016년 마사회가 처음 시행한 이 제도에서 영예조교사는 현재까지 단 1명이 배출됐다. 영예조교사는 호칭 부여는 물론 일반 조교사보다 엄격한 자격 조건과 심사를 거쳐 포상금 등 마사회로부터 특전을 부여받는다.
뿐만 아니라 개정될 사내 규정을 통해서는 올해부터 처음으로 A조교사는 정년 연장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마사회 사내 규정 관련 내부 문건(기준별 정년 연장기한 상한 설정으로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을 보면 영예조교사 선정자에게는 정년을 만 62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경마장 안팎에서는 마사회가 유착된 A조교사를 영예조교사로 선정한 뒤 사내 규정 개정으로 정년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영예조교사 등 선발 계획 공고문. 마사회 제공노조는 A조교사가 벌써부터 영예조교사에 내정돼있다며 마사회에 영예조교사 선발 계획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고광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벌써부터 영예조교사는 정해진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며 "폭언으로 극단적 선택을 내몬 데다 과도한 격려금 요구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킨 A조교사에 대해 마사회는 정년 3년 연장으로 특혜를 주려는 시도를 즉각 멈추고 영예조교사 선발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말했다.
말 산업 관계자들도 A조교사는 영예조교사 명예와 정년 연장 특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주 B씨는 취재진에게 "A조교사는 공과가 있지만 과가 더 크다"며 "모두 다 고생했던 조교사들이 대부분 만 62세 정년에 맞춰 퇴직하는데 왜 A조교사에 대해서만 마사회는 특혜를 제공하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마사회는 이에 대해 "A조교사가 압도적으로 성적 등에 대해서는 좋기 때문에 영예조교사 선정 후보에 단독으로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A조교사는 말관리사 등 고용안정을 위해 협회 가입을 요구하는 마사회 정책에 반기를 들며 협회에 들지 않는 사람으로 특혜를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코로나 직전부터 경마 발전을 위해 사내 규정을 개정하려 했고 최근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며 "공로를 세운 많은 조교사 등에게 앞으로 정년 연장 등 보상을 명확히 하려는 게 개정 내용이지, A조교사만의 특혜를 위한 사내 규정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A조교사는 취재진이 여러 차례 문자와 전화를 시도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