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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숙직, 차별 아냐" 인권위 결정에 "역차별" VS "차이 고려"

사건/사고

    "남자만 숙직, 차별 아냐" 인권위 결정에 "역차별" VS "차이 고려"

    인권위 "숙직 특별히 고된 업무 아냐…보상 등 고려"
    결정 알려지자 "남성에 대한 역차별" 거센 반발
    "남녀 신체적·사회적 조건 차이 고려" 지지 의견도

    연합뉴스연합뉴스
    남성 직원만 야간 숙직에 투입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이를 두고 '남녀의 차이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동조 의견부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박까지 제기되는 등 공방이 일고 있다.

    22일 인권위는 농협은행 IT센터에서 당직근무 편성 시 여성 직원에게는 주말과 휴일 일직을, 남직원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진정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회사의 경우 한차례의 관내 순찰을 제외하면 숙직과 일직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아 숙직이 특별히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숙직이 일직보다 6시간 길지만 숙직 중 5시간의 휴식 및 숙직 후 4시간의 보상휴가가 주어지는 점과 남성과 여성의 당직 주기가 같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의 당직 편성이 남성에게 현저히 불리한 대우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성 직원의 숙직 근무 확대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여성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조와 협의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 연합뉴스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 연합뉴스
    인권위는 "그동안 당직을 남성에게만 배정해 온 관행은 직장 내 여성의 수가 적고 편의시설이 열악한 점 등 차별적 상황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성차별적 인식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원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비교해 여성 직원 수가 많아지고 보안 시설이 발전하는 등 여성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여성은 폭력 등의 위협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이 야간 시간대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여성에게 야간 당직근무를 배정하려면 우선 여성 당사자의 입장을 청취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결정이 진정인에 의해 미리 공개되면서 온라인 등에서는 "남자도 밤에 당직 혼자 서면 무섭고 고되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 등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녀의 신체적·사회적 조건의 차이를 고려한 결정", "남녀 고용 불평등과 임금격차 등 무수한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 등 인권위 결정에 동조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김원재 성인권센터장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권위 결정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인권위가 숙직을 '고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차별의 판단 기준을 힘드냐 아니냐로 가게 되면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타라고 하는 것'도 차별이 아니게 되는 굉장히 차별적인 결론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하다는 것이 당직 근무 여부를 결정할 만큼의 유의미한 차이를 가지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해당 기업은 돈을 저장하는 은행 지점도 아니고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IT전산센터다. 폭력 등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남성에 대한 차별 정책을 실행하고 결정하는 건 헌법에서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연대 최미진 기자는 "인권위 결론에 동의한다"며 "가령 독박 육아란 말도 있듯이 여성 노동자들의 육아 부담이 여성들에게 편중돼 있는 실정인데, 이런 현실 속에서 남성이랑 똑같이 야간 숙직을 시키게 되면 여성 노동자들의 부담이나 곤경이 더 가중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야간 노동이 여성의 유산·사산율을 높인다는 것은 간호사들의 실태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야간 노동이 여성들에게 각별히 보건상 유해한 업무로 세계적으로도 많이 지정이 돼 있는 이유"라며 "물리적인 안전에 취약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마땅히 고려해야 할 신체적, 사회적 조건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이 차별받다 보니까 더 만만하게 여겨서 공격하거나 시비를 벌이게 되는 이런 일에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들이 야간에 숙직하게 됐을 때 성추행, 성폭력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그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숙직은 여성 노동자들이 이미 겪고 있는 각종 차별과 부담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인권위는 자기 모순에 빠져있다. 남녀평등을 강조하지만, 사안마다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인권의식의 선택적 평등은 차별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글을 올려 인권위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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