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부인하고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논문으로 논란이 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김광동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신임 위원장의 역사 인식에 대한 '편향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논문 등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가능성 있는 의혹'으로, 계엄군의 5·18 헬기 사격을 '허위사실'로 평가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선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사실도 알려졌다.
그가 과거사 진상규명에 반대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김 위원장의 왜곡된 역사관이 현재 진실화해위가 조사 중인 국가 폭력 사건의 피해 구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18 헬기 사격 '허위 사실'…4·3 사건은 '폭동'
연합뉴스김 위원장은 2020년 10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가을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국가의 파시즘적 통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누차에 걸쳐 5·18 광주민주화 운동 시기 헬리콥터로 기관총을 사격했다고 주장해왔다"며 "헬리콥터로 기관총을 사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문 전 대통령부터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그것보다 더한 허위사실 유포는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역사왜곡금지법을 비판하기 위해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광주 사건에 북한이 개입되었다는 가능성이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역사왜곡이거나 관련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서도 "공산주의자에 의해 제주 4·3 사건이 일어났다는 정당한 사실과 논리는 형사 처벌이 된다"며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5·18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사건은 이미 재판 및 과거사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국가폭력'으로 밝혀진 바 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경우 지난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와 2020년 전두환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북한군 개입설은 국정원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자체 조사한 결과 허위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4·3 사건의 경우 지난해 2월 통과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 국가폭력인 점을 공식화하고 국가가 희생자들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5·16 군사정변을 '혁명'으로 표현하기도
연합뉴스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군사정변을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본인이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던 '미래한국' 칼럼에서 "5·16이란 4·19를 계승하며 한편으론 공산주의에 맞서고 다른 한편으론 근대화를 향한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민족 근대화 혁명이었던 것"이라며 "5·16체제는 누가 뭐래도 60년 간 대한민국이 만든 세계적 성공국가 모델을 만든 민족사와 세계사에 빛나는 혁명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의심하고 모독하는 것은 우리가 이룬 위대한 업적과 대한민국에 대한 자해 행위일 뿐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5월 출간한 '4·19와 5·16 연속된 근대화 혁명'에서도 같은 역사관을 드러냈다. 그는 저서에서 "4·19는 좌절된 혁명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혁명이고, 더 나아가 5·16으로 꽃피워지고 완성된 혁명"이라면서 "5·16은 4·19로 인하여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고, 4·19는 5·16으로 계승되면서 비로소 혁명적 성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쿠데타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함석헌 옹은 5·16 발생 직후 4·19의 학생은 '잎'이고, 5·16의 군은 '꽃'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4·19의 '잎'과 5·16의 '꽃'은 비로소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 예언했었다"며 "물론 그 예언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대한민국에서 '한강의 기적'과 신생 독립국과 개발도상국의 모델이란 열매로 맺어졌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의 존재도 부정…해명 없이 '묵묵부답'
김 위원장은 본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2009년 9월 '미래한국'에 쓴 '대한민국 파괴하는 과거사위 정리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혁명정부가 아닌 이상 과거사정리위 같은 '초법적 기구'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걱정했던 그대로 과거사위원회 활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부정과 대한민국 정통 주도세력을 짓밟는 정치 공세의 수단이자 방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과거사위의 활동이란 특별법을 근거로 3권분립을 짓밟고 정상적 법제도와 기존 판결 등을 무력화시키며 '현재'의 정치논리로 '과거' 역사를 재단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해당 글을 기고한 2009년 9월은 1기 진실화해위가 2005년 발족한 이후 국가 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 조사가 한창 이뤄질 때였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4·3과 5·18은 진실화해위 대상 사건이 아니고, 과거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사 정리법에 근거해서 조사 대상을 정하는데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도 조사 대상이 맞다"며 "다만 5·18의 경우 별도의 조사위원회가 있어 사건이 들어오더라도 그쪽으로 이관되고 있고 4·3 사건의 경우 진상 규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이라 사건이 들어오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