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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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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편집자 주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 '사명감'을 앞세워 폭발 의심물이나 사제폭발물 등과 사투를 벌이는 '폭발물 처리반'을 보도합니다.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⑨]폭발물 처리반(EOD)
    폭발 의심물 등 처리 위해 한해 평균 300차례 출동…장난전화에 공항 마비되기도
    '폭발물처리반=사명감'…사명감 없는 후배들에 이직 권고까지
    현장 출동때 입는 방폭복에 안전 담보 못해…폭파 협박범 보다 강력한 처벌 시급

    제주공항 폭발물처리반.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제주공항 폭발물처리반.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계속)

    - 제주공항 폭발물처리반, 한해 평균 300차례나 출동합니다
    = 폭발물 처리반은 크게 3가지 사안이 발생할 경우 긴급 출동합니다. 우선 핸드백이든 가방이든 주인없이 30분 이상 놓여있는 물품인 '방치물품'이 발견됐을 때입니다. 현장출동 뒤 카메라가 달린 로봇을 이용하거나 육안 또는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위험 여부를 판단합니다. 또 위탁수하물이나 기내반입물품에서 활성탄, 전자충격기, 총기류가 적발되면 정보를 관계기관에 제공해 위험 여부를 결정합니다. 항공기에 탔던 승객이 출발 전 각종 이유로 내릴 때도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합니다. 내리려는 사람이 폭발물을 설치하고 나올 수 있다는 상황을 고려한 겁니다. 즉시 항공기 내 안전검측을 실시하고, 이 탑승객의 동선과 내리려는 이유가 확인돼야만 항공기가 출발할 수 있습니다.
     
    - 사제폭발물은 일상 용품과 모양이 같아 분별이 어려워요
    = 정해진 규격 없이 만들어지는 게 사제폭발물입니다. 흔히 집에서 만드는 폭탄을 말합니다. 만드는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폭장치와 신관을 가지고 있으면 사제폭발물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나 해외 사례들을 보면 생활필수품이나 가방, 텀블러, 캐리어, 신발, 책, 핸드폰, 노트북 등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한 물품이 모두 사제폭발물로 변신 가능합니다. 소포나 항공화물, 택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송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폭발물처리반 대원이 폭발 의심물을 처리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폭발물처리반 대원이 폭발 의심물을 처리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
    - 계란 4분의1 크기만한 폭약이면 항공기에겐 치명적입니다
    = 사제폭발물은 기초적 지식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게 폭발물처리반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밀가루 반죽 같아서 어떤 형태로든 성형이 자유로운 'C4'라는 폭약인데요. 200g 가량의 C4 폭약이면 30㎡ 가량 실내를 흔적없이 날릴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항공기는 이보다 4분의1 가량인 50g이면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형이 자유롭다보니 내부를 정밀하게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게 일반 볼펜인지 텀블러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보안검색 과정에서 판별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군(軍)으로부터 C4같은 폭약을 제공받아 보안검색 요원들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 "공항에 폭발물 설치했다" 장난 전화 한통에 공항이 마비됩니다
    = 제주공항은 최근 3년간 2건의 폭파 협박전화를 받았습니다. 항공기나 공항 청사를 폭파하겠다는 건데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항공기 소음 등에 불만 때문에 이뤄진 장난 전화로 판명됐습니다. 비록 장난 전화로 판명되더라도 수많은 생명이 직결된 문제이기에 폭발물 처리반의 안전 점검은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의 발이 수시간 동안 묶이고 경찰과 공항 상주 기관의 업무가 장시간 마비돼 불편과 행정력 소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비번자들까지 다 나와 쓰레기통에서부터 렌터카 주차장까지 다 뒤지다보니 피로감도 상당합니다. 최종적으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색은 계속되는데 협박 전화 한통에 보통 100명 가량이 수색에 동원됩니다. 공항 전 지역을 2~3시간 동안 수색하고, 최종적으로 안전이 확인됐는데 초등학생의 장난전화였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네요.
     
    - 항공기나 공항 폭파 협박범,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 항공기 폭파 협박범의 경우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과 '협박상 업무방해죄' 등 현행 법률로 최대 5년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민사소송 등을 통한 피해액 청구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협박전화 검거율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협박 전화 대부분이 즉결심판 등을 통한 경미한 처벌에 그쳐 모방범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공항이 마비되고 수많은 인원이 수색에 동원되는 파장 등을 감안하면 협박범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이 시급합니다.
     
    폭발물 의심 현장에 로봇을 이용해 탐색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폭발물 의심 현장에 로봇을 이용해 탐색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제공
    - 공항 안전을 책임지는 일 자체가 저희에게는 보람입니다
    = '방치물품'이 폭발물이 아니라는 게 판명되면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지만 인력과 시간 낭비가 불가피합니다. 본인 물건을 잘 챙겨서 방치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 폭발물처리반의 바람입니다. 또 가방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경우 가방 주인이 불편하겠지만 이해를 부탁드린다는 또다른 바람도 전했습니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힘든 일 한다" "고생한다"는 격려 한마디에 보람이 크답니다.
     
    - 폭발에 대비해 착용하는 방폭복, 목숨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 폭발 의심물은 엑스레이를 통해 폭발물 4대 구성요소인 폭약과 외관, 배터리, 스위치 중 2가지 이상이 보이면 방폭복을 착용합니다. 말 그대로 폭발로부터 신체를 막아주는 옷입니다. 무게만 35kg이 나갈 정도로 착용하고 나면 거동은 쉽지 않습니다. 1시간 가량 착용하면 3~5kg 가량 살이 빠진다네요. 폭발 때 엄청난 압력과 파편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한 장비라지만 방 하나를 거뜬히 날릴 수 있는 폭약이 터질 경우 내상 하나 없이 안전할 것이라 믿는 대원은 없습니다. 폭발물로부터 최소 25m 반경 안은 살상지대(Kill Zone)여서 숨지거나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방폭복이 폭발 압력이나 파편에 인체가 크게 손상되는 걸 막아줄 뿐이지 완벽한 방어막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 폭발물 처리반 EOD는 '사명감'입니다
    =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소속 폭발물처리반인 문영찬 보안관리부 선임반장은 자신들의 직업을 '사명감' 단 한단어로 압축했습니다. "내가 이걸 처리함으로써 타인이 안전하고, 또다른 피해가 없다. 사명감 없으면 이 일 못한다"고 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가장 먼저 교육시키는 게 사명감이고, 사명감이 없으면 '이직'을 적극 권고한다는 군요. "사명감이 있어야 내 목숨 내놓고 (폭발물을)처리할 수 있다"는 문영찬 선임반장의 당연하듯 툭 내던지는 말에 '이 사회의 안전은 이런 분들 하나하나의 의지와 노고가 다지고 쌓아놓은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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