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제공이스라엘의 국가안보 장관이 예루살렘 성지(일명 성전산)를 방문했더니, 이슬람권에서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3일(현지시간) 오전 성전산 방문을 강행했다. 그가 그곳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13분 정도였다.
이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네타냐후의 첫 공식 해외 방문 일정이 돌연 어그러진 것이다.
일국의 장관이 자국 수도에 있는 성지를 방문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1967년 이스라엘은 '6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요르단이 통치하던 성전산이 자리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자신들의 영토로 합병했다.
하지만 성전산 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이미 이슬람 성지가 된 곳을 손댈 경우 전 세계 이슬람이 단결해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을 벌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성전산 위에 건설된 이슬람 사원에 대한 관리권은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와크프(WAQF·이슬람재단)에 넘겨주고 외곽경비만 이스라엘 경찰이 맡게 했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잦은 것이다.
유대교에서 성전산은 아담과 노아의 땅일 뿐 아니라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희생 제물로 바치려 했던 모리아산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솔로몬 때 성전을 지었던 곳이 이곳이라고 믿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주된 사역이 벌어진 무대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가 이곳에서 하늘을 다녀왔다는 전승에 따라 지어진 2개 사원이 자리 잡고 있어 메카 못지 않은 이슬람 성지로 등극했다.
결국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성지산 급습'은 예루살렘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라고 볼수 있다.
이슬람 입장에서는 예루살렘마저 빼앗긴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이 관리권을 행사하는 성전산 구역을 이스라엘이 들락날락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자국 영토이자 수도인 예루살렘안에 있는 성지산에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성지산을 방문한 이스라엘 장관도 트위터에 "성전산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적은 이유도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