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종민 기자10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 주류의 공개적인 압박 끝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출마를 통해 당을 진두지휘하는 리더의 길을 택할지, 출마하지 않고 한동안 백의종군하면서 상황을 살필지 당내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나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전당대회 이후 당의 모습'을 고민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나 전 의원은 사의 표명을 한 이날 저녁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해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의 지점이 "전당대회 이후 당의 모습이 어때야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지"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과 국민의힘, 대통령에게 어떤 결정이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설 전에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나 전 의원이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던 걸 감안하면, 출마의 가능성이 상당히 열려 있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을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지지율을 바라본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나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사의를 표명한 건 대통령실과 선을 그으면서까지 지지율 하나 보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지지층 여론조사 2위도 아니고 줄곧 압도적 1위를 해 온 사람한테 그만 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유를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아서' 말고 뭐가 댈 수 있겠냐"며 출마의 명분으로 '당원들의 요구'만큼 큰 건 없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집단린치 같다. 너무 폭력적이고 과하다(유승민 전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당 주류로부터 노골적인 배척을 받은 만큼, '윤핵관' 인사들과의 차별화 기회를 잡았다는 견해도 있다. 나 의원이 정치적 궁지에 몰린 현 상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전대 레이스의 경쟁력으로 만들 것이란 얘기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되 '할 말은 하는 당 대표'라는 포지션으로, 윤핵관에 비판적이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투표 성향이 있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나 전 의원이 '윤핵관' 인사들과 자신을 분리하는 전략을 통해 '윤핵관'에 부정적인 당원들에게 소구할 것이라며 "'윤핵관'과 다른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구호를 들고나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의원이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완강한 반대 기류를 돌파하지 못하고 결국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장연대'를 시작으로 "윤심(尹心)은 김기현 의원에게 있다"는 대세론과 자신을 향한 대통령실 등의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대통령실은 이날 나 전 의원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사의 표명을 한 것을 두고도 "6하원칙 없이 문자를 보낸 건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전하는 등 막판까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원들도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 참모들의 이야기를 다 보고 듣고 있지 않냐. 이준석 전 대표 시절을 떠올리며 당정이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여론이 형성되면 나 전 의원 지지세는 더 떨어진다"며 나 전 의원이 향후 여론조사 추이를 보다 결국 불출마라는 선택지를 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장 동원할 조직도 없다.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이 같이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의 표명 역시 조금 숨을 고르고 불출마하기 위한 단계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