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기현의 비전과 통합 메시지' 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최근 당권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낮은 자세 행보와 함께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심 100%'로 이뤄지는 전당대회 선거의 특성상 전략적인 우클릭 행보가 계속되면서 중도층 포섭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과분한 지지와 성원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는 한편 "낡은 진보와 낡은 보수의 틀을 넘어 가치, 세대, 지역, 계층을 넓히면서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행보는 우클릭다. '중도 포섭'보단 '보수우파 포섭'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바뀐 규칙에 따라 100% 당원 투표로 당 대표가 선출되는 만큼, 보수층 당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꼬집는 것만큼이나, '종북세력' '노조'를 겨냥한 공세가 잦은 것은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의 민주노총 등 압수수색을 두고 '토착 종북세력' '토착 간첩단'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12월 대규모 총파업 투쟁에 '윤석열 대통령 하야'라는 피켓이 등장한 배경의 일부를 짐작하게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엔 간첩 의혹을 받는 사람이 민주당 보좌진으로 고용됐다는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좌파가 판을 치고 종북이 횡행한 흔적"이라고도 언급했다.
홍철기TV 유튜브 영상 캡처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보수 성향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도 우향우 행보에 힘을 싣는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유튜브 '홍철기TV'에 출연해 "2019년 10월 절정에 이른 광화문 집회를 '국민 항쟁의 날'로 하고 싶다"고 강조하는 한편, 민주노총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 김정은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꼽으며 대립 구도를 부각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찮다. 가령 2019년 당시 '조국 수호 집회'에 대한 맞불 성격의 집회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아래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등과 결합하며 부작용을 낳았던 기억을 끌어올리는 것은 명암이 분명하단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연이어 지고 있었고, 당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컸던 당시 장외 투쟁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는 건 당 입장에서나 김 의원에게나 득실이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수층의 지지를 위해 김 의원이 언급하는 화제들이 중도 외연 확장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캠프의 전략이 김 의원이 신망을 얻었던 '원내대표로서의 리더십' 즉 협상력, 꼼꼼함 등을 부각하기보단 보수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돼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전략이 내년 총선까지 아우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다만 김 의원 측도 '당심 올인'이 전부는 아니란 입장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심 100%로 치러지는 선거라고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거꾸로 민심이 당심에 미치는 압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본다"며 "수도권 공략 등 아쉬움이 지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점차 확장성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의원을 비롯한 당권 경쟁 구도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귀국을 앞두고 며칠간 공식 일정 없이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르면 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하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내는 등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출마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