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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지휘체계에 문책은 없고, 보안조사는 있는 무인기 사건



국방/외교

    엉터리 지휘체계에 문책은 없고, 보안조사는 있는 무인기 사건

    핵심요약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26일 국회 국방위·기자들에게 결과 설명
    군단끼리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 1군단-수방사 연결 안 돼
    육군→공군 상황전파를 '전화'로…"당시엔 긴급 아니라고 판단"
    누구 문책할지는 공개 안 해…"과오자는 실무부터 고위직까지"
    이종섭 장관, 1월 5일 'P73 침범' 언론보도 관련 보안조사 지시
    국정원은 국방부 공무원, 방첩사는 군 관계자들 조사 중
    강력 부인하다 말 바꿔 놓고, 비판 언론보도는 보안조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해 수도 서울 하늘을 휘젓고 유유히 돌아간 사건은 육군-공군은 물론 같은 육군 군단 사이에도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한심한 결론을 남긴 채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책임을 물어 누구를 어떻게 문책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는 와중 국가정보원과 국군방첩사령부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P73 비행금지구역에 침범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누가 흘렸냐'는 보안조사에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진짜 필요한 조치보다는 언론에 정보가 유출된 경로 색출에 힘쓰고 있는 셈이다.

    1군단-수방사 방공지휘체계 연결 안 돼, 1군단→공작사 '전화'로 무인기 관련 통보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26일 합동참모본부 전투준비태세검열실이 기자들과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명한 검열 결과에 따르면, 사건 당시 무인기는 오전 10시 19분 육군 1군단 국지방공레이더에 처음 포착됐다. 10시 25분쯤 군단 작전요원은 이를 '특이 항적'이라고 판단했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 사실은 전동진 지상작전사령관에게 11시 5분,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에게 11시 35분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11시 50분쯤, 윤석열 대통령에게 12시 12분쯤 보고됐다.

    보고가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와중인 10시 50분쯤 무인기는 용산 대통령실 기준 반경 2해리(3.7km)로 설정된 P73 비행금지구역의 외곽 끝을 침범했다. 그런데 작전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던 수방사 1방공여단은 10시 50분쯤 정체불명의 항적을 레이더로 식별했고, 예하 부대의 열상감시장비(TOD)등 자체 탐지장비 기록을 크로스체크한 결과 이를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내렸다. 10시 38분, 그리고 11시 14분 2차례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에서 문제의 항적이 탐지된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방사는 11시 27분 자체적으로 무인기 대응 작전에 들어갔는데, 이를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합참과 지작사, 1군단이 이미 자기들은 빼놓고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육군에서 저고도 방공작전을 할 때 군단급 부대끼리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를 거쳐 연결된다. 진짜 문제는 1군단과 수방사 사이에 C2A가 연동돼 있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이다.

    합참은 "보안 관련 문제가 있어서 인접 군단과 연동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후속조치를 하면서 군 회선을 통해 현재는 연동시켜 둔 상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었다. 1군단은 국지방공레이더에서 이상한 항적이 포착됐다는 사실을 오전 10시 34분쯤 전화로 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고속상황전파체계나 고속지령대 등 비상시 쓰라고 만들어 둔 지휘통제 시스템은 쓰이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1군단 전투정보상황실(CCC)에 있던 실무자가 상황에 대한 초기 판단을 긴급상황 목록이 아니라 수시보고 목록으로 판단해서 고속지령대나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쓰이지 않았다"면서 "당시에는 해당 항적이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인기로 추정될 경우 긴급상황목록으로 평가해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작전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조치되다 보니 그와 관련된 평가, 고속상황전파체계로의 보고 등과 관련된 것들이 현장에선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부족함이 있었다"면서도 "체계가 고장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전화를 받은 공작사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항적을 탐지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11시 39분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 KA-1 경공격기가 비상출격(scramble)하다가 추락했다. 공작사는 훈련비행 중이었던 다른 KA-1을 임무전환(divert)시켜 문제의 항적을 추적했다.

    이러는 와중에도 MCRC 레이더에서는 문제의 무인기가 포착되지 않았다. 공군의 레이더는 항공기나 미사일 위주로 방어하기 때문에 육군의 레이더와 성능과 탐지 범위가 달라서다. 어쨌거나 공군은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를 탐지하고 식별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소모했고, 11시 46분 항공기 대비태세인 '고슴도치'가 발령됐다.

    그리고 공군의 레이더에 무인기가 포착되고 식별된 뒤인 오후 12시쯤에야 무인기 대비태세 '두루미'가 발령됐다. 이는 공작사령관이 두루미 발령권자이기 때문에 공군의 별도 판단 없이 두루미를 발령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이더 반사면적(RCS) 값이 낮은 물체까지 탐지하는 국지방공레이더에는 새 떼 등을 포함해 항적이 하루 평균 2천여개 포착되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자동 공유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그래서 수동으로 의심 항적에 대해서만 공유가 되는 시스템이고, 군 차원에서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 무인기는 오후 1시 20분쯤 MDL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 20분 뒤에는 우리 군의 레이더에서도 사라졌다.

    군 수뇌부 문책론 커지지만…"억울한 사람 없게 종합적으로 보고 결론"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연합뉴스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연합뉴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누구를 문책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 대통령실과 군 내부에서는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은 적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로 지금 당장 문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물러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올해 5월쯤으로 예상되는 장성급 인사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될 전망이다.

    합참 관계자는 "과오자는 실무에서부터 고위직까지 제대별로 보고에 명시돼 있다"면서도 "상부에서 실질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실무'라 함은, 문제의 무인기를 처음 포착한 1군단 국지방공레이더 관련 사실을 전파할 의무가 있는 지휘통제실의 영관급 장교로 추정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6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검열한 사실관계에 근거해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로 문책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 본인의 생각이 그 당시 판단한 것과 전비태세검열실에서 본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혹시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종합적으로 보고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장관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어떤 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말 우리 군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과거 사례를 보면 2020년 7월 강화도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에 대해선 해병대 백경순 2사단장이 보직해임, 이승도 해병대사령관과 최진규 수도군단장이 '엄중 경고' 조치됐다. 2021년 2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북한 남성 '헤엄 귀순' 사건과 관련해서는 표창수 22보병사단장이 보직해임, 강창구 8군단장이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와는 달리 2022년 1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에선 이승오 22사단장이 '주의' 처분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요직으로 꼽히는 합참 작전부장을 하고 있다. 이는 22사단이 '별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으로 불릴 만큼 관할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해 왔고, 그렇다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단의 경계 환경과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는 점이 인정돼서다.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 또한 대체로 '특정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적 한계로 초기 상황판단을 '사람'에 크게 의존하는 시스템, 무인기에 대해 비교적 우선순위를 낮게 봤던 전략환경평가와 그에 따른 전력도입, 수십년 전부터 지적돼 왔던 군 현행작전부대 사이의 협조체계 부족 등으로 지목된다.

    그 때문에 오히려 특정한 사람이 전적으로 군복을 벗는 식으로 책임지거나, 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

    P73 침범 관련 말 바꿔 놓고, '언론에 누가 유출했냐'며 보안조사 착수

    한편 국가정보원과 국군방첩사령부가 P73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국방부와 군 내부에 대해 보안조사에 착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비공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자 국방부 직원과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보안조사를 했던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간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주 간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방위에서 방첩사 임경민 참모장(공군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문에 "국정원은 국방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방첩사는 합동참모본부와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보안조사를 지시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5일 P73 침범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취재에 어떻게 응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방첩사는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언론사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군인과 공무원들이 관련 사실을 유출한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같은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본인)이 보안조사 지시를 했다"고 해당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방첩사는 국방부 일반 직원들을 조사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국정원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건 당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했을 가능성은 일찍부터 제기됐지만,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육군대령)은 29일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합참은 정확히 1주일 뒤이자 해당 언론보도가 나온 5일 무인기 항적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P73의 북쪽 끝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바꿨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당시에는 작전요원들에 의해 최초 확인된 사실에 입각하여 발표한 것이고, 이후 전비태세검열실이 종합적인 조사 과정에서 정밀분석한 결과를 설명드리게 된 것이다"며 "다만 두 가지의 차이로 인해 언론 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은 "보안조사가 진행되면 군은 위축돼 있을 텐데, 총구 방향을 엉뚱한 데로 하고 있다"며 "본질적인 문제가 뭔지, 후속조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주안을 두지 않고 화살을 딴 데로 돌린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이 이를 주장한다는 점을 떠나서, 무인기가 P73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일을 합참이 최초에는 부인했다가 1주일 뒤에 말을 바꿨으며, 이 일이 국민적 관심사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언론 취재에 응한 사실에 대해 정보가 유출된 경로를 색출한다는 일 자체가 비판의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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