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타이밍은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다.
구심점을 잃은 '비윤'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 시점에서 치고 나왔기 때문에 이른바 '친(親)이준석' 표심의 향배와 파괴력이 궁금해진다.
이 전 대표는 2일 SNS를 통해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을 향해 "정신 좀 차립시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이 전 대표 전대개입 중단촉구' 회견을 하자, 이를 겨냥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누군가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나, 룰을 바꿨나, 연판장을 돌리고 린치를 가했나"라며 "이준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대개입' 지적에 앞서 이 전 대표는 1일 SNS에 "주변에 간재비(뜸만 들이고 간만 보는 사람)와 하고재비(무슨 일이든 하려고 덤비는 사람) 영업하는 사람 있으면 조기에 정리해야 된다"고 적었다. 또 이 글에 앞서 "항상 선거는 차선이나 차악을 뽑지 않고 최선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명심하자"고 썼다.
천하람 변호사. 연합뉴스그러면서 전대 출마자 중 이 전 대표의 지지 후보 명단이 전해졌다.
당 대표 후보로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며 "자세한 사항은 금요일(3일) 기자회견을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허은아 의원의 후원회장을 이 전 대표가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천 변호사와 함께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도 이 전 대표의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이기인 경기도의원에 대해선 SNS를 통해 "연세대 응원단의 응원단장 출신 불꽃 남자 이기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전 대표는 "누구 졸졸 따라다니는 청년호소인들이 아니라 정당의 지도부에 이 정도의 끼와 대중성을 갖춘 사람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느냐"며 '친윤' 후보들과의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대표로선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정진석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아든 이후 4개월 만의 정치 활동 재개이다. 책을 출간하고, 전국을 돌며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예정인데, 반대파가 노리는 지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 자체가 징계를 통해 선거권을 박탈한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해석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인들의 해석은 일종의 '스크럼'이 짜였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한 만큼 스스로 정치 조직을 구성할 수 없는 이 전 대표가 핵심적인 '비윤' 표심의 기착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파괴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강하다고 보는 쪽은 당 대표 시절 모집했다고 주장되는 약 20만 당원의 표심이 전체당원 약 80만명의 25%에 해당되며, 약 50% 정도의 투표율을 가정했을 때 10만 안팎의 득표가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당 대표 선거에서 3위 이상의 성적표를 낼 수 있는 수치다.
당대표 시절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반면, 이 같은 계산은 과장됐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현재 '여권 지지층' 위주로 순위가 매겨지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국민의힘 당원들의 표심은 더 보수적인 흐름이라는 생각이 이런 관측과 맞닿아있다.
관건은 투표율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친윤 주류와 비윤의 표심 중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당원의 비율에 따라 상당한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그렇다.
일단 첫 번째 관문은 2월 10일 있을 '컷오프' 예비경선이다. 당 대표 후보 4명, 최고위원 8명, 청년최고위원 4명 등으로 후보가 추려지는데, 현재의 스크럼대로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이 전 대표는 "차선이나 차악이 아닌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지만, 자신이 점지한 '최선' 후보가 컷오프될 경우 '차선', '차악' 등의 선택지는 여전히 남게 된다.
때문에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양강구도를 포함해 윤상현 의원까지 이들 중에 이 전 대표의 '차선', '차악' 등이 등장할 수도 있다.